10일간 발효… 깊고 진한 ‘나만의 맥주’
구특교 기자
입력 2022-09-29 03:00 수정 2022-09-29 03:00
세계 최초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 ‘LG홈브루’ 써보니
물-맥즙팩-효모캡슐 등 투입하면 다양한 조합으로 800가지 맥주 가능
열흘 이상 발효뒤 황금빛 생맥주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재미와 추억
작지 않은 크기와 높은 가격은 부담
‘집에서 직접 만든 맥주가 호프집 생맥주처럼 시원하고 맛있을까?’
맥주를 집에서 만드는 ‘LG홈브루’를 사용하기 전에는 우선 의심부터 들었던 게 사실이다. LG홈브루는 2019년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다. 기대와 의심이 교차하는 가운데 설명서를 따라 차근차근 나만의 맥주 제조에 나섰다.
올 7월 출시한 LG홈브루 신제품은 다양한 캡슐 조합을 통해 800가지가 넘는 맥주(5L)를 제조할 수 있다. 이전 제품이 6가지 수제맥주를 만들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해 훨씬 레퍼토리가 다양해졌다. 기본 레시피는 크게 아이피에이(IPA), 페일에일, 위트, 스타우트, 필스너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제조 기간이 10일로 상대적으로 짧은 IPA를 선택했다.
제조기에 물과 맥즙팩, 효모캡슐, 플레이버(맥주향) 캡슐들을 지정된 위치에 하나씩 투입했다. 제조 시작 버튼을 누르자 보리밭에 온 것처럼 구수한 홉(Hop)향이 집 안 가득 퍼졌다. 지금부터는 10일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각각의 재료들이 섞이고 발효되면서 어떤 맥주 맛을 만들어낼지 무척 궁금해졌다.
지루한 기다림이 끝나고, 드디어 제조기 화면에 맥주 제조가 완성됐다는 표시가 떴다. 홈파티 분위기를 내기 위해 ‘술 좀 마신다’ 하는 친구를 집으로 초대했다. 치맥 조합이 궁금해 치킨도 주문했다. 시원한 맥주를 즐기기 위해 맥주잔을 전날 냉동실에 넣어둔 나 자신을 칭찬하면서.
드디어 개봉의 시간. 제조기의 묵직한 손잡이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10일 동안 묵묵히 발효 과정을 거친 황금빛 색깔의 맥주가 자태를 드러냈다. 한 모금 마셔본 기자와 친구의 반응은 모두 “와!”라는 감탄사였다. 혹시나 캔맥주처럼 밍밍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싹 달아났다. 기대 이상으로 홉 맛이 진하고 깊었다. 불현듯 올봄 체코 프라하의 오래된 호프집에서 마셨던 생맥주가 떠올랐다. 친구는 “평소 편의점 맥주를 즐겨 마시는 편인데 제조기가 집에 있으면 퇴근하고 매일 한 잔씩 맥주를 내려 마실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커피머신보다 조금 크지 않을까 생각했던 제조기는 훨씬 크고 무거웠다. 공간이 넉넉지 않은 집에 두기엔 부담스러운 정도였다. 10∼20일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점도 맥주 애호가들에겐 아킬레스건일 수 있다. 신제품 가격은 출하가 기준 144만∼149만 원. 2019년 출시 초기 1세대 제품이 399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가격이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망설여지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LG홈브루가 매력적인 건 ‘경험’과 ‘이야기’의 가치가 있어서다. 집에서 맛있는 생맥주를 제조해 마신다는 색다른 경험, 홈바(Home Bar)를 꾸미고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전제품 하나가 일상의 작은 행복을 가져다준다면, 바쁜 일상 속 기다림의 시간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물-맥즙팩-효모캡슐 등 투입하면 다양한 조합으로 800가지 맥주 가능
열흘 이상 발효뒤 황금빛 생맥주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재미와 추억
작지 않은 크기와 높은 가격은 부담
LG전자 모델이 집에서 직접 맥주를 만드는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신제품은 홉오일 등 캡슐을 조합해 800가지의 맥주 레시피를 제공한다. LG전자 제공
‘집에서 직접 만든 맥주가 호프집 생맥주처럼 시원하고 맛있을까?’
맥주를 집에서 만드는 ‘LG홈브루’를 사용하기 전에는 우선 의심부터 들었던 게 사실이다. LG홈브루는 2019년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다. 기대와 의심이 교차하는 가운데 설명서를 따라 차근차근 나만의 맥주 제조에 나섰다.
올 7월 출시한 LG홈브루 신제품은 다양한 캡슐 조합을 통해 800가지가 넘는 맥주(5L)를 제조할 수 있다. 이전 제품이 6가지 수제맥주를 만들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해 훨씬 레퍼토리가 다양해졌다. 기본 레시피는 크게 아이피에이(IPA), 페일에일, 위트, 스타우트, 필스너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제조 기간이 10일로 상대적으로 짧은 IPA를 선택했다.
제조기에 물과 맥즙팩, 효모캡슐, 플레이버(맥주향) 캡슐들을 지정된 위치에 하나씩 투입했다. 제조 시작 버튼을 누르자 보리밭에 온 것처럼 구수한 홉(Hop)향이 집 안 가득 퍼졌다. 지금부터는 10일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각각의 재료들이 섞이고 발효되면서 어떤 맥주 맛을 만들어낼지 무척 궁금해졌다.
지루한 기다림이 끝나고, 드디어 제조기 화면에 맥주 제조가 완성됐다는 표시가 떴다. 홈파티 분위기를 내기 위해 ‘술 좀 마신다’ 하는 친구를 집으로 초대했다. 치맥 조합이 궁금해 치킨도 주문했다. 시원한 맥주를 즐기기 위해 맥주잔을 전날 냉동실에 넣어둔 나 자신을 칭찬하면서.
드디어 개봉의 시간. 제조기의 묵직한 손잡이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10일 동안 묵묵히 발효 과정을 거친 황금빛 색깔의 맥주가 자태를 드러냈다. 한 모금 마셔본 기자와 친구의 반응은 모두 “와!”라는 감탄사였다. 혹시나 캔맥주처럼 밍밍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싹 달아났다. 기대 이상으로 홉 맛이 진하고 깊었다. 불현듯 올봄 체코 프라하의 오래된 호프집에서 마셨던 생맥주가 떠올랐다. 친구는 “평소 편의점 맥주를 즐겨 마시는 편인데 제조기가 집에 있으면 퇴근하고 매일 한 잔씩 맥주를 내려 마실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커피머신보다 조금 크지 않을까 생각했던 제조기는 훨씬 크고 무거웠다. 공간이 넉넉지 않은 집에 두기엔 부담스러운 정도였다. 10∼20일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점도 맥주 애호가들에겐 아킬레스건일 수 있다. 신제품 가격은 출하가 기준 144만∼149만 원. 2019년 출시 초기 1세대 제품이 399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가격이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망설여지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LG홈브루가 매력적인 건 ‘경험’과 ‘이야기’의 가치가 있어서다. 집에서 맛있는 생맥주를 제조해 마신다는 색다른 경험, 홈바(Home Bar)를 꾸미고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전제품 하나가 일상의 작은 행복을 가져다준다면, 바쁜 일상 속 기다림의 시간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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