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앱결제 가격인상 통보에…콘텐츠업계 ‘비상’

전남혁 기자

입력 2022-09-28 14:13 수정 2022-09-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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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매장의 로고 모습. 2020.8.24 뉴스1

애플이 19일(현지시각) 자사 앱 마켓(장터) 내부 인앱결제 가격을 인상하며 게임, 이모티콘, 웹툰 등을 취급하는 주요 콘텐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애플의 통보 기준 약 2주 뒤인 다음달 5일까지 시스템 내부에 인상안을 업데이트해야 하는 상황. 업계에서는 자체 조정을 통해 인상안을 최소화하려고 움직이고 있지만 일부 품목은 실제 인상이 결정되는 등 소비자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플의 가격 정책은 애플이 자체 규정한 ‘티어’별로 상품의 가격이 정해지고, 티어가 높아질수록 그에 해당하는 가격이 올라가는 식으로 결정된다. 19일 애플은 1200원이었던 1티어 가격을 1500원으로 올리는 등 전 티어별 가격을 상승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단, 자동으로 갱신되는 정기결제 콘텐츠는 가격인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애플의 가격 차트에 따르면 1티어에 해당하는 상품은 한화 1500원, 2티어는 3000원으로 시작돼 87티어 상품의 가격은 149만원으로 고정된다. 콘텐츠 플랫폼은 가격의 세부 조정을 하지 못하고 티어를 변경해야만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

티어에 따른 가격은 정해져있지만, 상품의 티어 자체는 콘텐츠 플랫폼이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소비자들이 부담할 실질적 가격인상을 낮추기 위해 기존 티어를 낮추는 식으로 대응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사는 상품의 티어를 조정해 소비자들은 인상에 따른 피해가 없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기존에 게임 내부에서 판매하던 A 아이템 의 가격이 21티어-2만 7000원이었다면, 인상안에서 2만 7000원에 해당하는 18티어로 변경해 실질적 인상액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다른 게임사는 애플의 가격인상에 따라 기존 아이템 패키지 구성을 달리하거나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정량의 ‘쿠키’를 통해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한 네이버웹툰은 쿠키 개수를 조정해 개당 120원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iOS 기준으로 쿠키 10개 1200원, 49개 5900원 식으로 구성된 자체 가격테이블이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티어 변경에 따른 가격 폭이 크고 더 낮은 티어가 존재하지 않는 저가 품목을 취급하는 경우에는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곳도 있다. 실제 이모티콘을 구매하기 위한 가격으로 기존 2티어에 해당하는 2500원을 책정한 카카오의 경우 가격을 300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를 1티어(1500원)로 낮추기에는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나고 그 아래는 티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물론 소비자들은 인앱결제를 거치지 않고 콘텐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웹 결제’를 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하지만 과거 구글이 이용자들을 비교적 저렴한 외부 링크 결제 페이지로 안내한 ‘아웃링크 결제’를 허용한 카카오에 대해 업데이트 중단을 통보한 선례가 있다. 애플의 경우도 이러한 가능성이 있어 이용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또한 이번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바일 게임의 경우 대다수가 웹 결제가 아닌 인앱결제를 통해서만 아이템 구매가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된 구글, 애플 등 인앱결제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논란과도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앱마켓 시장점유율을 80% 이상을 차지하는 애플과 안드로이드 모두 최대 30%가량의 수수료 부담을 콘텐츠 업체에 가중시켜 iOSㆍ안드로이드 대다수의 이용자가 가격인상을 경험해야 했던 반면, 이번에는 애플만이 가격인상을 단행해 iOS-안드로이드 이용자 간 형평성 문제가 가중될 전망이다. 기존에도 iOS 이용자 사이에서는 안드로이드에 비해 같은 상품에도 콘텐츠 가격이 높다는 불만이 제기돼왔다.

이번 인상으로 인앱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빅테크의 횡포가 여전하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내달 5일까지 가격인상안에 맞춰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약 2주 전 변경 통보를 맞이한 업계는 울상이다. 명확한 이유없는 인상안 통보로 소비자에 대한 설명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든 (인상안을) 맞춰야 하겠지만, 예고없는 통보로 개발 등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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