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옥외광고, 럭셔리 브랜드일수록 멀리서 노출해야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 정리=조윤경 기자

입력 2022-09-28 03:00 수정 2022-09-2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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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따른 옥외광고 영향 연구
럭셔리 제품일수록 멀어야 긍정적
대중적 브랜드는 가까워야 친근감



과거 옥외 광고는 특정 기간 고객들이 자유로이 통행하는 장소에 간판이나 전단 형태로 광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즉, 고객이 많이 이동하는 동선에 옥외 광고판을 비치해두고 메시지를 가능한 한 자주 노출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에는 이런 옥외 광고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다채로운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디지털 옥외 광고’라고 불리는 새로운 타입의 옥외 광고는 인근을 지나가는 고객들의 모바일 기기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흐름에 맞춰 최근 옥외 광고 이미지를 어떤 형태와 방식으로 고객에게 전달할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 난징대, 대만 국립 중산대, 미국 노스웨스턴대 학자들로 이뤄진 공동 연구진은 옥외 광고판과 같이 제품의 이미지 표상(Visual Representation)을 사용하는 광고 상황에서 소비자들과 제품 이미지 사이의 공간적 거리가 제품에 대한 인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는 실증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제품 매대를 설치하고 대학생 실험 참가자 120명에게 럭셔리 제품군에 속하는 가죽 백팩 브랜드 중 하나를 살펴볼 것을 요청했다. 조건은 가죽 백팩 제품을 실험 참가자들로부터 비교적 먼 5피트(약 152cm) 거리에 두고, 다른 조건은 3피트(약 91cm) 거리에 가깝게 두도록 설정했다. 연구 결과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백팩 제품을 접할수록 실험 참가자들이 해당 제품을 더 고급스럽게 느꼈다. 이런 브랜드 경험은 실험 참가자들이 제품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도록 만들었다. 가죽 백팩 제품을 더 가까운 거리에서 접할수록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줄어들었는데, 이는 먼 거리에서 접할 때에 비해 제품을 덜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만들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동일한 실험이 럭셔리 제품군이 아닌 대중적인 브랜드 제품군에서는 정반대의 효과를 불러왔다는 점이다. 대중적인 느낌의 캔버스 백 제품을 대상으로 실험했을 때는 제품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참가자들이 제품에 대해 더 친근감을 느꼈다. 이런 브랜드 경험은 참가자들이 제품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만들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수록 친근감을 덜 느끼고 제품에 대한 평가도 덜 긍정적이었다.

본 연구 결과는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제품 이미지와 소비자 간의 공간적 거리감을 조절해 특정한 브랜드 경험을 느끼도록 할 수 있을지,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준다. 즉, 대중적인 브랜드일수록 소비자들이 공간적 거리감을 덜 느끼는 위치에 옥외 간판을 설치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옥외 광고와 이 광고에 노출되는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고려해 디지털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 반면 럭셔리 브랜드는 공간적 거리감이 느껴지는, 멀리 떨어진 대형 옥외 간판에서 선망을 주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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