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보호무역, 결국 소비자 피해… 정부 정책이 경쟁 방해 말아야”

뉴욕=김현수 특파원

입력 2022-09-27 03:00 수정 2022-09-27 13:52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카란 바티아 구글 부회장 인터뷰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피어17‘에서 열린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서 카란 바티아 구글 글로벌 정책 담당 부회장이 “한국과 구글 간 기술협력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글 제공

“구글도, 한국도 자유무역으로 큰 ‘글로벌 프로덕트’입니다.”

카란 바티아 구글 글로벌정책 담당 부회장(사진)은 21일(현지 시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해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정부 정책이 경쟁을 방해한다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글의 글로벌 정책과 규제 이슈를 총괄하는 바티아 부회장을 이날 미국 뉴욕 피어17에서 열린 ‘한미 스타트업 서밋’ 현장에서 만났다. 해외로 진출하고자 뉴욕에 모인 한국 스타트업 부스를 둘러본 바티아 부회장은 “차고에서 시작한 구글도 처음에는 스타트업이었고, 글로벌 경제의 혜택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재차 열린 시장의 힘을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제2의 구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에서 제2의 구글 나올 수 있을 것”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을 계기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는 구글, 현대자동차, 네이버클라우드와 스타트업 15곳이 참여했다. 구글은 자사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창구’를 통해 해외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 ‘트이다’ 등과 함께 뉴욕 부스를 차렸다.

바티아 부회장은 “한국은 최근 10년 동안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가 됐다. 구글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창업 지원 프로그램 ‘창구’를 만든 이유”라고 강조했다. 2015년부터 한국 스타트업 120곳을 지원해 총 4억4400만 달러(약 6360억 원) 투자, 3300개 일자리 창출을 이끌었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이다.

바티아 부회장이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데에는 한국과의 인연에 이유가 있다. 그는 2007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이끌었다. 한미 FTA에 특별한 애정이 깊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그는 “한미 FTA로 2007년 1040억 달러이던 양국 무역 규모가 2021년 1940억 달러로 거의 두 배가 됐다”며 “윤 대통령이 한미 관계 강화와 경제협력을 강조하고 있어 구글과 한국의 기술 분야 파트너십도 더욱 깊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티아 부회장은 22일 뉴욕에서 열린 투자가 라운드테이블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은 기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한미 FTA 위반 여부를 놓고 자동차 분야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언급을 꺼렸다. 다만 “이번 유엔총회를 지켜보며 지정학적 갈등 속에 세계가 갈라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며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쪽은 집중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만 실제로는 소수다. 반면 자유무역의 혜택은 다수가 갖는다. 결국 다수의 생각이 다시 크게 들릴 것이고, 한국이 계속해서 자유무역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각국 정부 규제, 함께 크는 기회”
최근 한국의 망 사용료 논란을 포함해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 ‘디지털 시장법’,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적정연령코드설계법’ 등 글로벌 빅테크 산업에 대한 각국의 규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바티아 부회장은 “테크 산업은 기존 전통 산업에 비해 아직 ‘젊은(young)’ 산업이다.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아직 개인정보보호 부문 등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도 있다”며 “구글은 각국 정부의 규제를 함께 커가는 기회로 본다. 유럽 개인보호정보법 등에 대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190여 개 정부와 일일이 규제를 논의하는 것은 도전적 과제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산업의 공통된 규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망 사용료 등 한국에서의 규제 이슈에 대해서는 “최근 한국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만나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양국이 디지털 서비스에 있어 무역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더 많은 대화를 갖길 희망한다”고만 밝혔다. 최근 이 장관은 러몬도 장관을 만나 IRA에 따른 한국 전기차 차별 문제를 제기했고, 러몬도 장관은 한국의 망 사용료 부과 법안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한 바 있다.

바티아 부회장은 “세계는 사이버 보안, 기후변화 등 많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며 “데이터에 기반한 공공정책에 있어 구글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