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13년 돌고돌아 다시 한화 품으로…노조 반발 등 걸림돌

뉴스1

입력 2022-09-26 14:48 수정 2022-09-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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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13년만에 다시 대우조선해양 인수예정자로 나서면서 대우조선의 ‘새 주인 찾기’가 급진전되고 있다. 대우조선은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21년동안 6차례 매각 불발의 진통을 겪었었다.

한화그룹은 2008년 10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이듬해(2009년) 인수 의사를 철회한 바 있다. 약 6조원에 인수를 추진했지만 대우조선 노조의 현장 실사 방해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 조달이 걸림돌로 작용해 포기했다. 당시에도 대우조선의 잠수함 등 특수선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에도 ‘2030년 글로벌 방산 톱10’ 목표 달성을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 흩어졌던 방산 역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결집하기로 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에 이르는 종합방산기업으로 도약해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에 부합되는 매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반발 등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또 2조원대로 알려진 가격은 헐값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4조원대다.

정부는 26일 산업·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대우조선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안건을 논의했다.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에 임시 이사회를 열어 매각을 의결할 예정이다.

◇6兆→2兆 떨어진 몸값·방산 육성…한화 재인수 도전 동력

대우조선해양 매각가는 2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다만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4조2000억원(산업은행 자금 2조6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화가 대우조선의 특수선뿐만 아니라 상선까지 품는 ‘통인수’에 나선 것은 ‘가격’이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매각가격이 과거보다 크게 낮아진 만큼 인수 여력도 생긴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화가 최근 사업재편을 통해 방산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잠수함 등의 방산 분야에서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점도 한몫했다.

◇2008년에도 한화 인수 근접했지만…글로벌 금융위기 속 무산

대우조선의 ‘주인 찾기’ 과정은 진통의 연속이었다. 산은은 대우조선이 2001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마친 뒤 크게 5차례 매각을 진행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매각 성공에 가장 근접했던 것은 2008년이다. 당시 공개 경쟁입찰에 한화·현대중공업·포스코·GS 등이 뛰어들었고 한화가 단독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당시 한화는 6조3000억원에 달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8년말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매각은 무산됐다. 노조의 반대로 실사도 진행하지 못했다. 매각 대금을 감당할 여력을 잃은 한화는 분납을 요청했지만 이를 산은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매각 절차는 중단됐다.

◇10년만에 다시 매각 작업…이번엔 EU의 독과점 견제에 ‘원점’

그러다 2019년 산은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중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에 대우조선을 팔겠다며 매각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현대중공업과 합치는 ‘조선 빅딜’이 결정됐지만 이번에는 대우조선해양이 강점을 갖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중심으로 조선 시황이 개선된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LNG선 시장의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합병을 불허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기술유출 문제로 해외매각이 어려운 데다 다른 조선사의 인수도 막히면서 한화, 포스코 등 비(非)조선 기업과 합병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매각 진통을 겪는 과정에서 대우조선의 적자 규모가 너무 커진 데다 하도급 노조 문제까지 더해지며 인수자가 나설지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 인수 후에도 정상화는 첩첩산중…적자 늪 탈출·노조 반발 넘어야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한 이후에도 정상화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누적된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대우조선은 올 상반기 66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부채비율은 700%대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선박 발주량이 늘어나면서 대우조선도 향후 3년 이상의 수주 잔고를 확보했지만 당장 흑자전환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의 반발도 큰 장벽이다. 강석훈 KDB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 매각 얘기를 꺼내자마자 노조는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난 6월부터 대우조선 하청노조가 51일간 파업하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합병 이후 사업 재편, 인력 구조조정 등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노조의 반발 강도에 따라 경영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을 떼기조차도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예전에 인수작업에 참여했던 곳이라 조선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사업재판, 구조조정 과정에서 큰 잡음 없이 연착륙하는 게 첫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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