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줄인 신발, 재생섬유 의류… 패션업계 ‘그린’ 열풍

이지윤 기자

입력 2022-09-26 03:00 수정 2022-09-2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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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넘어 ‘必환경’ 새 트렌드

카먼 졸먼 나이키 의류혁신부문 부사장은 최근 비대면으로 열린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친환경 신소재 ‘나이키 포워드’를 처음 공개했다. 그는 “나이키 의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 소재를 통해 기후변화에 맞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나이키가 신소재 라인업을 선보인 건 1991년 기능성 라인 ‘드라이핏’ 이후 30여 년 만이다.

MZ세대가 친환경 패션 트렌드를 이끌면서 패션업계에 ‘그린패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자라, 빈폴 등 국내외 업체들의 대대적 그린패션 마케팅에 나이키도 합류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일 뿐이란 논란도 제기된다.
○ MZ세대 겨냥 그린패션 확대하는 패션업계
최근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필(必)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친환경 소재를 대대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나이키에 따르면 스포츠과학연구소가 5년간 연구 끝에 선보인 이번 신소재는 기존 니트 플리스 대비 탄소배출량을 75% 줄이고 매년 염색·마감 단계에 사용되는 물 수십만 갤런을 절약할 수 있다. 나이키는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30% 감축을 약속했다.

자라도 지난달 스웨덴의 신소재 개발 기업 ‘리뉴셀’과 협력해 섬유 폐기물을 재활용한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의류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섬유에서 추출한 소재 ‘비스코스’를 활용했다. 인디텍스는 최근 핀란드 재생섬유 기업으로부터 2024년부터 3년간 1347억 원어치의 재생섬유를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국내 패션업체들도 잇달아 친환경 의류 생산에 뛰어들었다. 빈폴은 버려진 페트병과 의류를 재활용하고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충전재를 사용한 ‘그린빈폴’ 제품군을 지난달 선보였다. BYC는 국내 속옷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지난달 재활용 면 100%로 만든 리사이클 내의 제품을 내놨다. 코오롱FnC가 운영하는 슈콤마보니는 폐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하고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한 친환경 플랫슈즈를 선보였다.

패션업계의 친환경 행보는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동시에 환경보호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높은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원은경 빈폴사업부장은 “의식 있는 MZ세대 소비자들에게 ‘미래를 위한 패션’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실효성은 의문…‘그린워싱 논란’ 해결 과제

세계적으로 친환경 신소재에 대한 수요도 가파른 오름세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글로벌 재생섬유시장 규모는 2018년 53억3200만 달러에서 2026년 80억200만 달러로 연평균 5.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일반 섬유 성장률의 1.8배 수준이다. 지난달 열린 국내 섬유소재 전시회 ‘2022 프리뷰 인 서울’의 키워드 역시 ‘지속가능성’이었다. 국내외 311개 업체 중 70%가 재활용 소재, 생분해 소재 등 친환경 트렌드를 반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친환경 패션이 실제 환경보호에 미치는 영향이 불분명하고 생산공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그린워싱’일 뿐이란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는 글로벌 패션업체인 H&M을 상대로 ‘그린워싱 마케팅이 소비자들을 오인시켰다’는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일반적인 원피스 생산 과정 대비 물 사용을 20% 절약했다는 제품이 조사 결과 실제 20%를 더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덩달아 H&M, 나이키 등 주요 기업이 친환경 지표로 내세워온 지속가능성 의류연합(SAC)의 ‘히그 인덱스’도 신뢰성 논란에 휩싸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바뀐 인식에 대응해 친환경 제품을 도입하되 부족한 점은 보완해 나가는 단계”라며 “앞으로도 환경 보호 기치를 내건 친환경 의류는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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