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혁신 신약’ 개발에 속도… 세계가 우리 손끝에 주목한다

전남혁 기자

입력 2022-09-26 03:00 수정 2022-09-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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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 의약]
보령의 고혈압약 ‘카나브’ 임상, 유럽심장학회가 주목
SK바사, 국내 1호 코로나 백신 개발… 글로벌 진출 앞둬
목암연구소, AI 플랫폼 개발하고 서울대와 인력 양성
JW중외제약, 암-면역질환 등 ‘최초의 약’ 개발에 집중


게티이미지코리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공격적이고 꾸준한 연구개발(R&D)로 ‘토종 혁신 신약’을 개발 중인 가운데, 세계 시장에서도 그 가능성과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등 신기술 도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산 신약, 꾸준한 임상결과 확보로 세계시장서 주목


지난달 26∼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2)에선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 성과가 주목을 받았다. 매년 전 세계 수만 명의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학계 최대규모의 행사다.

보령은 이 자리에서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최신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박상돈 인하대의대 교수에 따르면 카나브의 주성분인 ‘피마사르탄’과 고령자 사용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 고혈압치료제 ‘페린도프릴’을 각각 고령의 고혈압 환자 100명과 93명에게 투약해 수축기혈압 변화량을 측정한 결과 피마사르탄은 페린도프릴과 같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피마사르탄이 멕시코인에게도 혈압조절 효과를 보였다. 고혈압 1·2기에 해당하는 멕시코인 환자 272명을 대상으로 피마사르탄 단일제와 복합제를 처방한 결과,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혈압강하가 관찰된 것이다.

학회에서 종근당의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 CKD-510의 전임상 연구결과도 소개됐다. 연구에 따르면 CKD-510은 심방세동 환자에서 일어나는 미세소관 붕괴를 억제, 칼슘이온의 이동을 정상화하여 심방세동 부담을 감소시키고 좌심실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CKD-510은 유전자의 이상으로 손과 발의 근육위축·모양변형,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의 상실을 발생시키는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물질인데, 심방세동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도 확인된 것이다. 종근당은 이번 전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심방세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심장질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유한양행도 국산 31호 신약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를 비롯한 신약 후보물질의 해외 임상시험을 가속화하고 있다. 렉라자는 지난해 7월부터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며 2차 치료제로서 본격적인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공동개발사인 얀센의 이중항체 ‘리브리반트’ 병용을 통한 임상시험 결과에서 기존 치료제 복용 후 내성이 생긴 환자를 상대로 뛰어난 반응률을 보이며 고무적인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렉라자뿐 아니라 유한양행의 퇴행성디스크 치료물질 ‘YH14618’의 임상3상 환자 투여도 본격화됐다. YH14618의 기술수출 파트너사인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는 지난달 첫 환자투여를 개시했으며, 유한양행은 개발 마일스톤 200만 달러를 수령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대한민국 1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멀티주’도 주목을 받고 있다. 스카이코비원의 우수한 면역원성과 안전성은 다양한 임상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만 18세 이상 성인 4037명을 대상으로 한 스카이코비원 기초접종 임상 3상 결과, 중화항체가 접종전 대비 약 33배로 증가했으며, 대조 백신과 비교해 약 3배 높은 중화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등 신기술 도입해 연구개발 가속화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도입한 신약 개발 가속화도 주목된다. GC녹십자의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AI 기반 신약 개발 연구소로의 변신에 나섰다. 목암연구소는 AI 기술을 접목해 5년 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및 단백질 모댈리티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플랫폼이 마련되면 유사한 질환들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타깃물질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mRNA와 단백질 모댈리티 및 저분자 화합물질을 아울러 개발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목암연구소는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을 위해 올해 1월 서울대 AI연구원과 손을 잡았다.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질병 관련 유전체-단백질 연구플랫폼을 구축하고자 상호 협력 중인 양 기관은 지난달 16일 ‘제1회 AI-바이오 연구인력 양성과정’을 개설해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JW중외제약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사례가 없는 ‘퍼스트 인 클래스’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퍼스트 인 클래스는 타깃질환에 대한 새로운 작용기전으로,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규약물 개발을 일컫는 ‘세계 최초의 약’을 의미한다. 암과 면역질환, 재생의학을 핵심 연구질환으로 설정하고 이들 질환과 밀접히 연관된 단백질인 STAT과 Wnt 경로를 타깃으로 하는 혁신 신약을 개발코자 하는 것이다.

7가지로 구성된 STAT은 세포의 성장과 변이, 증식, 분화, 사멸 등을 조절하는 인체 내 필수 단백질인데, 특히 STAT3의 비정상적인 활성화는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JW중외제약은 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항암제 등 혁신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Wnt는 모든 초파리부터 포유동물까지 모든 종에서 나타나는 신호전달 경로로, 세포의 증식, 분화, 기관 형성에 필수역할을 한다. JW중외제약은 이 신호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약물 발굴 플랫폼과 유전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탈모치료제 ‘JW0061’을 개발 중이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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