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의 연극 도전… “배우들처럼 뛰어난 표현력 갖고 싶어”

이지훈 기자

입력 2022-09-21 03:00:00 수정 2022-09-21 03: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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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 윤덕원, ‘일의 기쁨과 슬픔’ 인디뮤지션역
“연기 낯설었지만 배역 자체는 익숙… 경험한 것을 노래로 만들고 싶어”


연극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윤덕원은 정한나 음악감독이 작곡하고 김한솔 작가가 작사한 곡들을 부른다. 그는 “코드 진행이나 멜로디, 가사 등에서 제가 만든 곡과는 스타일이 상당히 달라 많은 부분에서 자극이 된다”고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보편적인 노래’ ‘유자차’ ‘앵콜요청금지’….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는 차분한 멜로디에 담은 진솔한 가사, 소박하고 절제된 감정선의 곡들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밴드의 리더 윤덕원(40)이 데뷔 1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다음 달 14∼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일의 기쁨과 슬픔’을 통해서다. 윤덕원은 열심히 노력하지만 좀처럼 잘 풀리지 않는 무명 가수 장우 역을 맡았다. 연극의 원작은 2019년 출간된 장류진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집이다.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인터넷에 연재될 때부터 좋아했어요. 게다가 제게 들어온 배역은 인디뮤지션이고요. 연기는 낯설지만 소설과 배역 자체는 익숙했어요. 흥미로운 작업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들은 직장인이 겪는 성취와 애환을 정확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연극은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을 비롯해 ‘잘 살겠습니다’ ‘다소 낮음’ 등 총 7편을 옴니버스 식으로 엮었다. 친하지 않은 동료에게 축의금을 낼지 고민하거나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좌절하는 등 직장인이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장우 역의 윤덕원을 포함해 회장의 심기를 건드려 월급을 현금 대신 카드 마일리지로 받는 ‘거북이알’ 역의 배우 김유진, 중고거래 스타트업 대표 데이빗 역에 정원조, 포털 사이트 댓글 모니터링을 하는 윤정 역에 손성윤이 출연한다.

“책을 읽을 때 모든 직장인의 마음속엔 있지만 누구도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를 이끌어낸 소설이란 느낌을 받았어요. 연극에선 책 속의 문장이 배우 목소리로 재현되거든요. 아무도 꺼내지 않았던 말을 누군가의 목소리로 들을 때 느껴지는 울림이 있는 공연입니다.”

음악을 업(業)으로 삼고 싶지만 매번 좌절하는 장우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 등장해 에피소드를 매끄럽게 연결한다. 대사보단 노래와 연주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역할이다. 라이브 기타 연주와 함께 그가 부르는 솔로곡은 총 3곡이다. 싱어송라이터인 그가 타인이 만든 노래를 공개석상에서 부르는 건 처음이다.

“‘나만의 작은 밤’이란 곡을 좋아해요.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다 집에 돌아오면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회복하잖아요. 그 시간의 소중함을 말하는 노래라 더 와 닿았습니다.”

류지(보컬·드럼), 잔디(건반)와 함께 3인조로 활동하는 ‘브로콜리너마저’는 그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재학 시절인 2005년 결성했다. 졸업 후 다니던 회사를 1년 만에 그만두고 발표한 정규앨범 1집 ‘보편적인 노래’(2008년)가 히트를 치면서 본격적인 뮤지션의 길을 걸어왔다.

“나이를 먹어가며 경험한 것을 노래로 만들고 싶었어요. 경험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걸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게 어렵잖아요. 연극에 도전하며 함께 공연하는 배우들처럼 뛰어난 표현력을 갖고 싶단 꿈이 생겼어요.” 3만∼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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