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이하 집 어디 있나”…그림의 떡 ‘안심전환대출’ 시들

뉴스1

입력 2022-09-19 17:48 수정 2022-09-19 17:4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News1

정부가 금리 상승기에 실수요자의 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현실성 없는 가입기준 등으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19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3.7%의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 신청 건수는 출시 이틀째인 지난 16일 전국적으로 5105건에 그쳤다. 누적 취급액은 약 4900억원으로, 안심전환대출 총공급액인 25조원의 약 2% 수준에 불과하다.

안심전환대출은 출시 첫날인 15일 신청 실적도 2406건(2386억원)으로 저조했다. 금융권에선 접수 첫날임을 감안해, 둘째 날 이후부터 가입률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과거 안심전환대출 공급 때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지난 2019년 안심전환대출 공급 당시엔 출시 첫날에만 신청금액이 1조원을 훌쩍 넘고, 주금공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금융권에서도 당황하는 기색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생연도에 따라 5부제로 분산신청을 받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예상보다 가입률이 너무 저조하다”며 “일부 은행은 지방 지점에 지원인력을 파견하는 등 ‘접수 대란’에 대비해왔는데 문의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안심전환대출은 금리 상승기에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변동금리 주담대를 최저 연 3.7%의 장기·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게 해주는 대환 상품이다. 올해엔 부부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이면서, 주택가격(시세 기준)이 4억원 이하인 1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다. 대출한도는 기존 대출 잔액 범위에서 최대 2억5000만원까지다.

금융권에서는 안심전환대출의 까다로운 신청 기준을 가입률 저조의 큰 요인으로 꼽는다.

최근 2~3년 사이 집값이 단기 급등함에 따라, 서울·수도권에선 사실상 안심전환대출 신청 기준인 4억원 이하 주택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의 8월 주택시장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주택의 중위가격(중간값)은 6억4610만원에 달한다. 그중 아파트는 7억6757만원으로, 올해 안심전환대출 지원 상한선인 4억원의 2배에 육박한다. 수도권 중위가격은 불과 2년 사이에 2억원 이상 올랐고, 5년 사이 무려 2배가량 뛰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9160만원으로 훨씬 높다.

장기·고정금리에 대한 선호가 아직 낮은 것도 이유다.

은행 관계자는 “과거 2%대 저금리에 비해 최저 3.7% 고정금리가 높다고 인식될 수도 있다”며 “금리가 최근 많이 오른 상태라 내년에는 일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금리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지난 7월 전체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신규취급액 기준)이 차지하는 비중은 82.2%로 전월보다 0.6%포인트(p) 더 늘었다.

금융당국도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여론의 지적을 의식한 듯 즉각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나섰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안심전환대출 접수를 맡은 주택금융공사 중부지사를 찾아 “안심전환대출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금리상승 국면에서 서민·실수요자의 금융 부담을 경감할 뿐 아니라,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높은 우리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몰라서 신청을 못 하는 사람이 없도록 홍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