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원 수출 ‘잭팟’… K―방산, 뛰어난 기술력으로 4대 강국 도약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입력 2022-09-20 03:00 수정 2022-09-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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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가는 K-­방산]
21일 열리는 ‘방위산업전 2022’… 국산 명품 무기 수출액 사상 최대
폴란드-아랍에미리트-호주 등… 지난해부터 ‘수출 낭보’ 이어져
미 언론 “한국, 메이저리그 진입”
국산 무기, 가성비 뛰어난 장점… 후속 군수지원 잘돼 신뢰도 높아
“성장 위해선 정책적 지원 필요”


8월 3일(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피라미드에어쇼2022’에 참석한 이집트군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고난도 특수비행을 관람하면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올해 초 한국과 K9 자주포 200여 문(2조 원대) 도입 계약을 체결한 이집트는 2023년 기종 선정을 목표로 고등훈련기 도입사업을 진행 중이다. 블랙이글스의 T―50B와 같은 계열인 FA―50 경공격기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공군 제공

우수한 성능의 국산무기를 앞세운 ‘K―방산’이 역사적인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7월에 폴란드와 K2 흑표전차와 K9자주포, FA―50경공격기 등 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산 명품 무기에 대한 ‘러브콜’이 세계 각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 반세기 전 자주국방을 기치로 내걸고 미국제 소총을 역조립하면서 첫발을 뗀 국내 방위산업은 전차와 자주포, 정밀유도무기, 잠수함 등을 설계·제작할 정도로 발전했고, 그 기술력까지 인정받으면서 세계 5대 방산수출국을 넘볼 정도로 괄목상대하게 성장했다.

21일부터 25일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대한민국육군협회 주최로 열리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코리아) 2022’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방위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40조 원 규모의 ‘초대박’ 수출 성사


국내 방산업계는 7월 27일 폴란드 국방부와 K2 전차 980대(18조 원), K9 자주포 670문(4조 원), FA―50경공격기 48대(3조8000억 원) 납품 등에 대한 기본계약을 맺었다. 총사업 규모는 28조 원이고, 탄약·부품 등을 포함하면 총 수출액은 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 실적을 올린 것이다. 폴란드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안보위협이 고조되자 한국산 무기의 대규모 도입을 결정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으로 생긴 국방력 공백을 조속히 메우는 것도 주된 목적이었다.

한 달 뒤인 8월 28일에는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을 올해 말부터 2025∼2026년 공급하는 1차 본계약(7조6000억 원 규모)에 이어 9월 16일 FA―50 48대 도입을 위한 본계약도 연이어 체결됐다.

국산 명품 무기의 ‘수출 낭보’는 지난해 말부터 연이어 날아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 1조 원대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을 호주와 체결했다. 아시아 국가의 주요 무기가 호주에 처음 수출된 사례다.

올 1월엔 LIG넥스원이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 원대의 천궁―Ⅱ 지대공 요격무기 수출 계약에 서명하기도 했다. 2월엔 이집트가 K9 자주포 200여 문(2조 원대)의 도입을 확정한 데 이어 3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한화와 9800억 원 규모의 무기물자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의 ‘레드백’ 장갑차는 호주의 차기 장갑차 획득사업 최종 후보로 선정돼 독일 기종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을 따낼 경우 5조 원대의 수출대박이 예상된다. K2 전차도 노르웨이, 오만, 폴란드에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고, FA―50 경공격기는 말레이시아와 중남미와 이집트 등으로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유럽 무기보다 탁월한 ‘가성비’


한국 무기가 세계 각국의 호응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때문이다.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경우 미국, 독일, 이스라엘 등이 개발한 동종 기종과 성능이 대등하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무기’를 독자 개발한 덕분이다.

주요 무기별로 대규모 생산라인을 갖춰 수요자가 원하는 시기에 최대한 맞춰서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K―방산의 강점으로 꼽힌다. 북한의 전면도발에 대비해 1970년대부터 신속하게 주요무기를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국산무기 납기 신뢰도를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이다.

유지보수 등 후속 군수지원 측면의 강점도 ‘방산 한류’의 주된 요인이다. 한국산 무기는 타국 기종보다 운영 유지비가 낮은 데다 오랜 기간 운용 경험과 이력이 축적되면서 부품조달 등 후속 군수지원도 용이해서 한번 구매한 국가는 다른 기종 도입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또한 K9 자주포가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 북한의 선제공격을 받고도 즉각 응사하는 등 국산무기의 실전 성능이 검증된 점도 ‘K-방산’의 신뢰도 제고에 톡톡히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세계 각국이 서방세계와 강대국에 지나치게 편중된 무기 구매처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국가 브랜드와 신뢰도가 높은 한국산 무기를 본격적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는 평가도 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나 중국과의 정치외교적 관계 때문에 미국, 유럽의 무기를 구입하기가 껄끄러운 아시아, 유럽국가들에 한국산 무기는 훌륭한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4대 방산강국을 목표로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오른쪽)이 16일 폴란드 현지에서 FA-50경공격기 48대를 폴란드에 수출하는 이행계약(본계약)을 체결한 뒤 마리우시 브와슈챠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국내 방위산업체 대표들이 8월 26일(현지시간) 폴란드 군비청과 K2전차와 K9자주포 수출을 위한 1차 이행계약(본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바스찬 흐바웩 폴란드 국영방산그룹 PGZ 회장, 손재일 한화디펜스 사장,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유동준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 방위사업청 제공
한국 방산의 도약을 세계 각국 언론들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CNN은 “한국이 폴란드와의 대규모 무기수출 계약으로 ‘방산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산 무기가 ‘가성비’를 앞세워 세계 방산시장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미국의소리·VOA), “한국이 세계 방산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일본 요미우리)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K―방산의 거침없는 성장세는 각종 수치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무기수출 시장점유율은 2012∼2016년 1%에 그쳤지만 2017∼2021년 2.8%로 늘어 세계 8위로 기록됐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10대 상위권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또 지난해 한국의 방산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70억 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는 수출 규모가 1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추진 중인 무기 수출이 수주에 추가로 성공할 경우 최대 150억 달러에 이르러 세계 5위권도 달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세계 4대 방산수출국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의 무기 수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다. 4위권으로 올라서려면 이탈리아, 중국, 독일, 스페인, 이스라엘, 영국 등을 따돌려야 한다.

업계와 군 안팎에선 수출 주력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K―방산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사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체상금(납기지연벌금)의 대폭 감면과 불합리한 방산 관련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 세계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내도록 법적·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방위산업에 접목해 국산 무기장비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연구 인력과 기술,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는 ‘컨트롤타워’ 설치 등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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