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외식비 무서워… 편의점서 ‘초저가 식재료’ 장본다

이지윤 기자

입력 2022-09-19 03:00 수정 2022-09-1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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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김치 값마저 줄이어 오르자
편의점 PB 식재료 매출 85% 급증
대형마트 도시락-김밥 판매 늘어



최근 먹거리 물가가 급등함에 따라 저렴한 한 끼를 책임졌던 ‘라면에 김치’ 공식이 깨지고 있다. 한꺼번에 장을 봐서 밥상을 차리는 대신 대형마트 즉석식품 코너에서 끼니를 해결할 식품을 사거나 편의점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생필품만 사는 소비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오뚜기는 다음 달 10일부터 라면 제품 출고가를 평균 11%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가격 인상을 단행한 지 약 1년 2개월 만이다.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진라면(1봉지)’은 기존 620원에서 716원으로 15.5%, 진비빔면은 기존 970원에서 1070원으로 10.3% 오른다. 오뚜기 관계자는 “고환율이 지속되는 데다 원재료값, 물류비 등 각종 비용 부담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농심도 이달 15일부터 ‘신라면’ 등 라면 제품 26개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다. 대형마트 기준 신라면 1봉지 평균 가격은 기존 736원에서 830원으로 조정됐다. 팔도는 다음 달 1일부터 ‘팔도비빔면’, ‘왕뚜껑’ 등 12개 라면 제품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 포장김치 가격도 줄줄이 오른다. 대상은 다음 달 1일부터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올리기로 했고 CJ제일제당은 이달 15일 비비고 김치 가격을 평균 11% 인상했다.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대형마트 즉석식품 코너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편의점에서 조금씩만 장을 보는 이들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8.8%로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김밥 1줄 평균 가격(3046원)은 전월보다 2.6% 상승해 ‘3000원대’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삼겹살(200g) 가격은 1만8364원으로 1.7% 상승했다.

외식비보다 부담이 적은 대형마트 내 즉석조리식품 코너를 찾는 수요가 오름세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이달 4일까지 즉석조리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9% 증가했다. 특히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점심시간대(오전 11시∼오후 2시) 매출은 64% 급증했다. 샌드위치·샐러드(247%), 도시락(189%), 김밥(111%) 등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품목이 인기였다. 한상인 홈플러스 메뉴개발총괄이사는 “외식비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등에서 한꺼번에 장을 보는 대신 편의점에서 그때그때 먹을 만큼만 장을 보는 이들도 많다. 이달 1∼14일 세븐일레븐이 운영하는 초저가 자체브랜드(PB)의 달걀과 두부, 콩나물, 삼겹살 등 상품 매출은 출시 초기인 7월 동기간보다 8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라면과 김치 등의 가격이 오르는 등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자 편의점의 초저가 자체브랜드 제품을 찾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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