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에 입문한 축구가 보약…끈끈한 수비수가 즐거운 득점머신[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김종석 기자

입력 2022-09-18 10:00 수정 2022-09-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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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점 전설 슈터 최철권 윙백으로 심신 튼튼
주 2회 게임 위해 주 4회 웨이트 트레이닝
“심폐 능력 향상, 근력 강화 효과”
무리는 피하고 충분한 회복도 필수


국내 최고의 농구 슈터로 이름을 날린 최철권 숭의여고 농구부장(60)은 환갑의 나이에 새로 접한 축구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최 부장은 “심폐기능과 근력향상에 도움이 된다. 몸과 마음이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최철권 부장 제공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축구 열기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보는 축구 뿐 아니라 직접 선수로 뛰는 생활체육 동호인 모임에도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축구를 즐기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조기축구의 손흥민이나 홀란을 꿈꾸며.
●노년층 대퇴골밀도 증가 도움
축구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정기적으로 축구를 하면 하체 골밀도가 높아지며 특히 노년이 되면 약해지기 쉬운 대퇴골의 골밀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4년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은 평소 훈련을 하지 않은 70세 남성들이 1주일에 두 번 1시간씩 축구를 한 결과 4개월 만에 최대산소섭취량이 15%, 인터벌 운동 수행능력이 50% 향상됐다고 발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의무위원인 정태석 스피크재활의학과 원장(안산그리너스FC 팀주치의)은 “축구를 통한 달리기, 점프, 킥 등은 노년기에 흔한 근감소증을 미리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체지방을 줄여줘 젊은 체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드리블을 하면서 가속과 감속 동작을 반복하게 돼 신체균형을 향상시킬 수 있다. 볼을 소유하거나 상대방을 방어하면서 뛰는 동작은 인터벌 러닝 운동처럼 심폐능력을 끌어올리고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대사성 질환의 지표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최철권 서울 숭의여고 농구부장의 기업은행 선수 시절 모습. 동아일보 DB
고려대 시절 슈터로 주목받은 최철권 숭의여고 농구부장. 동아일보 DB

●서울올림픽 한국 농구대표 출전
최철권 서울 숭의여고 농구부장(60)도 요즘 새롭게 접한 축구의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농구 대표로 이충희, 유재학, 허재, 김현준 등과 호흡을 맞춘 최부장은 한국 농구의 전설적인 슈터 출신이다.

‘속사포’라는 별명을 지닌 그는 기업은행 선수로 뛰던 1987년 광주 전국체육대회에 전북 선발로 출전해 부산 선발을 상대로 혼자 97점을 퍼부었다. 당시 스코어는 135-95로 전북의 승리. 3점슛을 18개나 적중시켰다. 최 부장은 상대팀의 전체 득점보다도 많은 골을 넣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에 따르면 이 기록은 아직도 국내 아마추어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이다.

최부영 전 경희대 감독의 동생인 그는 고려대, 프로농구 SK 등에서도 지도자로 활동했다.


●“몸싸움과 볼 소유 쾌감 짜릿”
국내 최고의 농구 슈터로 이름을 날린 최철권 숭의여고 농구부장(60)은 환갑의 나이에 새로 접한 축구의 매력에 뿍 빠져들었다. 최철권 부장 제공

여자 농구 지도자이자 체육교사이기도 한 최 부장은 환갑이 된 올 들어 농구장보다 17배 넓은 축구장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활력을 찾고 있다. 모교인 고려대 81학번으로 구성된 동호인 축구팀 ‘공차구(KU)’에 가입해 주 2회 열띤 친선게임으로 구슬땀을 쏟는다. “넓은 운동장에서 거친 몸싸움에서 이기고 공을 소유했을 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에요.” 농구장에서 100점 가까이 넣던 최 부장은 축구에선 윙백으로 수비에 치중하느라 그동안 30차례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딱 한번 골 맛을 봤다. 그래도 운동 효과만큼은 만점이라며 웃었다. 최 부장은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기능 향상을 느낀다. 축구를 하려고 평소 주 3,4회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꾸준한 근육운동과 철저한 워밍업 필수

한국프로축구연맹 의무위원인 정태석 스피크재활의학과 원장(안산그리너스FC 팀주치의). 정태석 원장 제공
축구를 부상 없이 즐기려면 무엇보다 꾸준한 근육운동이 중요하다. 스트레칭, 가벼운 유산소 운동 등 10~20분 워밍업은 필수다. 홍정기 차의과대 교수(스포츠의학)는 “경기 전 근육 이완 및 관절 운동을 충분히 해야 햄스트링 등의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며 “과도한 수비는 바디 체크 등으로 다칠 수 있으니 금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또 “약 70% 정도의 힘으로 킥을 시도해야 하며 갑자기 빠른 러닝과 헤더를 위한 무리한 점프도 자제해야 다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태석 원장은 “꼭 큰 운동장에서 11대 11 경기에 집착하기 보다는 신체적 능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5대5, 7대7 같은 다양한 형태로 게임을 하는 것도 축구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1쿼터 25분씩 4쿼터 100분을 16명이 번갈아 뛴다고 했다.

경기는 주 1,2회가 적당하며 충분한 회복기를 갖는 스케줄이 좋다. 쉬는 동안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고, 단백질은 손상된 근육 회복을 이끈다.


●사회적 유대 강화 도움

시민들이 서울 성동구 응봉체육공원 인조잔디구장에서 축구 경기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시니어 축구의 장점은 사회적인 측면도 꼽힌다. 고령층의 고립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단체 운동인 축구는 노년층이 교류하며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된다. 축구는 정신건강 측면에서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한 활동으로 나타났다.최 부장 역시 “축구를 매개로 각자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다방면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대인 관계를 넓히고 배우는 점도 많다”고 소개했다.

최철권 서웅 숭의여고 농구부장(60)은 테니스 실력도 선수 수준으로 뛰어나다. 최철권 부장 제공.
최 부장은 1993년 은퇴 후 익힌 테니스 실력도 프로 수준이다. 이젠 두 명의 손자를 둔 할아버지지만 외모는 한창 코트를 펄펄 뛰어다닐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 키 179cm에 체중은 40년 가까이 84kg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축구를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건강한 행복한 삶을 느끼게 됩니다. 새로운 운동을 통해선 주변을 돌아보고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축구를 흔히 ‘뷰티풀 게임’이라고 한다.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는 듯 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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