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행 편도가 400만원? 2~10배 폭등한 ‘미친’ 중국 항공권[떴다떴다 변비행]

변종국 기자

입력 2022-09-11 15:00:00 수정 2022-09-11 16: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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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 코로나 이유로 운항 제한
티켓 미리 사둔 여행사들 웃돈 판매
정상운임의 2~10배… 소비자 분통


A씨는 9월에 중국에 가려고 여행사를 통해 200만 원 정도를 주고 베이징 행 편도 항공권을 샀습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서 중국에 제때 들어가지 못하게 됐고, 여행사에 항공권 변경 문의를 했죠. 돌아온 답변은 “200만 원 정도의 변경 수수료가 있다”였습니다. A씨는 일단 노쇼(No Show)를 하더라도, 즉 비행기를 타지 못하더라도 탑승 전까지는 본인이 구매한 항공권을 가지고 있겠다는 의사를 밝혔죠. 그런데 A씨는 얼마 뒤 본인의 항공권을 조회하다가 깜짝 놀랍니다. 여행사가 마음대로 A씨 항공권을 취소를 해버렸고, 해당 좌석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재판매 돼 있었던 겁니다.

이 사례에서 놀란 점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인천~베이징행 항공권이 200만 원이나 한다? 2) 변경 수수료가 200만 원이나 한다? 3) 분명 내 표인데 여행사가 마음대로 표를 취소해버렸다?

오늘 ‘떴다떴다변비행’에서는 위 사례를 바탕으로 중국 항공업계와 중국 노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태(百態)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부르는 게 값인 중국행 항공권
중국 정부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를 한다는 이유로 베이징과 칭다오, 옌지 등 주요 노선의 항공기 운항 횟수 및 좌석 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제한 방법은 자치구마다 조금씩 다릅니다만, 항공기 좌석 공급이 여객 수요에 훨씬 못 미치게 되면서 항공권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고 있습니다.

11일 항공 및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행 항공권이 항공사가 공시한 운임보다 2~10배 정도 높게 형성돼 팔리고 있습니다. 사업차 중국 베이징에 가야 했던 B씨는 편도 50만 원 정도였던 인천∼베이징 편도 항공권을 약 200만 원에 구매했습니다. 평소보다 월등히 비쌌지만, 일정 때문에 감내해야만 했죠. 한 중국 교민은 “코로나19 이전에 20만∼30만 원 정도였던 칭다오행 항공권이 편도 150만 원 이상에 팔린다. 베이징행은 한 때 300만∼400만 원에도 팔렸다”라고 말했습니다. 왕복이 아닙니다. 편도입니다. 여행 관련 카페에서도 ‘항공권 가격이 3∼4배 올라있는 건 애교(?) 수준’ ‘여행사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등의 불만 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한 대형항공사의 인천~베이징행 공식 운임표를 보겠습니다. 9월 기준 이코노미석의 왕복 기준 운임(유류할증료 및 세금 포함)은 75만~87만3200원입니다. 편의상 이를 절반으로 나눈 가격이 편도 요금이라고 해도, 편도 200만 원은 공시 운임의 5배나 되는 가격입니다. 인천~베이징 항공권 편도 요금이 400만 원을 넘을 때도 있었다고 하는데, 평균 운임보다 10배 이상의 수준에서 항공권이 팔렸던 겁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한 건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중국의 각 자치구가 항공기 운항 횟수 및 탑승 승객 수를 제한하면서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생긴 것이 근본 원인입니다. 베이징, 칭다오, 옌지, 웨이하이, 톈진, 광저우 등의 공항에서는 국제선 운항을 항공사당 주 1회만 허락하기도 합니다. 항공기 승객을 전체의 70%만 태우는 것으로 제한하는 곳도 있죠. 한 지역의 경우엔 하루에 국제선 항공기가 총 3회 정도만 운항합니다.

더군다나, 일부 중국 공항은 코로나 방역 및 검역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서 운항을 늘리고 싶어도 늘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항공기가 한번 내리면 일반적으로 모든 승객이 내려서 입국 심사를 하지만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승객들을 항공기에 있으라고 한 뒤 30명 또는 50명씩 내려서 입국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입국을 모두 하려면 2~3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입국자 수와 항공기 편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베이징 공항에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가 서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항공권 가격이 폭등한 두 번째 요인은 일부 중국과 한국 여행사들의 얌체 영업(?) 때문입니다. 항공사는 항공 당국에 신고한 운임으로만 항공권을 팔 수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항공사는 비싸게 표를 팔고 싶어도 받을 수 있는 가격 마지노선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행사들은 항공사들과 계약을 맺고 미리 좌석을 선점하거나, 일반인들보다 빠르게 좌석을 확보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공업계에서 '블록을 준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항공사들이 여행사들에 일부 좌석을 할당해주는 겁니다. 여행사들은 또한 언제 어느 노선의 좌석 예매가 시작하는지 일반인들보다 먼저 알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베이징의 경우에는 몇 달 전만 해도 정부의 지시에 따라 항공권 예매를 오픈해야 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항공사가 알아서 특정 노선에 대한 좌석을 열고 할 텐데, 중국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OO 월 OO일 OO 시에 좌석을 열어라”라고 지시를 한 거죠. 아무래도 여행사들이 이런 정보를 먼저 알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좌석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었다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이후에 일부 여행사들은 가격을 높여서 고객에게 판매하게 되죠. 여행사도 돈을 벌어야 하므로 이윤을 붙여서 판매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항공기 좌석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심각하다 보니 부르는 것이 값이 돼버린 겁니다. “이런 시국에 왜 중국에 가냐?”고 하실 분도 계실 텐데요. 교민이나 유학생, 기업 및 사업 관련 업무로 중국에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폭리의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항공사들은 여행사 중 항공권을 비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곳과 계약을 끊기도 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여행사들끼리 서로 재판매해 가격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는 데 있습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큰 여행사나 이름이 알려진 여행사는 배짱 영업을 못 한다. 그런데 군소 여행사나 중국 여행사 중에서 한탕을 노리고 비합리적으로 항공권을 파는 경우가 더러 있다”라며 “값을 높게 불러도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항공권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항공사들이 여행사 관리를 한다고 하는데, 다양한 꼼수들을 통해 항공권을 파는 경우도 많아서 관리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이 입국을 위해 검사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토교통부도 이런 문제들이 불거지자 항공사들에게 ‘여행사 판매 채널 관리를 제대로 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그런데 일부 여행사들의 이런 폭리를 규제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도 사실 없습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사들도 '우리도 돈을 벌어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관리비가 더 드니 어쩌니저쩌니'하면서 높게 가격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항변을 한다”라며 “정부가 이를 규제한다고 하자. 어느 가격까지는 되고 안 되고를 어떻게 정하며, 어떤 방식으로 이를 통제할 것인지 쉽지 않다. 수요와 공급 균형이 깨진 시장에서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중국행 노선에 대해 특별히 “여행사 없이 일반인들이 직접 구매해야만 한다”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여행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항공사는 수익과 탑승률 제고를 위해서 여행사들에 좌석을 일부 할당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정부가 섣불리 개입했다가, 항공사 손익에 영향을 주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종의 ‘가격 통제’를 하는 건데, 브로커나, 암표 등 또 다른 시장 교란이나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하이난성 싼야 국제공항.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따른 긴급 봉쇄로 비행기 운항이 취소되면서 발이 묶인 관광객들이 공항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다. 웨이보 캡처



환불 및 변경 수수료? “여행사 마음대로”
환불 및 변경 수수료가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도 있습니다. 사례에서 본 것처럼 A씨가 항공권 변경을 요구하자, 여행사는 변경 수수료를 200만 원이나 요구했습니다. 항공사들도 200만 원이나 변경 수수료를 받는 경우는 처음 본다는 반응인데요. 취재를 해본 결과 A씨가 산 항공권은 항공사가 처음 판매했을 땐, 변경 수수료가 없었던 표였습니다. 그러니까 A씨가 표를 항공사에서 직접 샀다면 변경 수수료 없이 일정을 바꿀 수 있었지만, 여행사가 재판매하면서 임의대로 수수료 규정을 붙인 걸로 보입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행사가 얼마에 팔고 어떤 규정을 두는지, 항공사도 항공 당국도 제한하기 쉽지 않다. 평소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공급 및 수요 불균형이 맞춰지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A씨의 경우엔 “내 표를 취소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여행사는 임의대로 A씨 표를 취소했죠. 이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행위라는 지적입니다. 취재 결과 해당 한국 여행사는 해외의 다른 여행사와 거래를 한 정황이 있었습니다. 업계에서는 “A씨 표를 임의로 취소시킨 한국 여행사가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는 조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라는 입장입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중국 관련 민원이 늘고 있는 건 맞다. 항공권 브로커까지 등장했다는 말도 있다”라며 “여행사들의 정책에 관여는 못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불합리한 행위에 대해서는 중재를 할 수 있다. 사전에 각종 규정을 꼼꼼히 살펴야 하고, 녹취나 계약서 등을 증거로 남겨놔야 중재 또는 보상을 받는데 유리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해외 국가들이 코로나 이후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중국 항공업계는 여전히 봉쇄와 제한 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도 여행사들의 얌체 영업을 단속하겠다고는 하고 있지만, 지금도 여행 관련 카페나 블로그 등에는 중국행 항공권을 싸게 드린다는 광고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중국에 가야만 하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모든 것이 정상화되길 바랄 뿐입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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