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차인에 ‘재건축 계획’ 단순고지…대법 “권리금 회수방해 아냐”

뉴스1

입력 2022-09-09 09:04 수정 2022-09-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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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건물의 철거·재건축 계획을 알렸다는 사정만으로는 상가임대차법상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B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 판결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서울 서대문구 한 건물 점포를 2017년 5월부터 2년간 임차하기로 계약을 맺고 권리금 1억1100만원에 해당 점포에서 운영 중인 카페를 넘겨받았다.

이후 B업체는 이 건물을 통째로 매수했고 2019년 3월 A씨에게 향후 2~3년 후 건축물을 신축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B업체는 “계약갱신을 요구한다면 보증금과 월세를 각 5% 증액하고 갱신계약 시 철거·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A씨가 아닌 신규 임차인과 새 계약을 맺을 때에도 철거·재건축 계획을 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A씨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2019년 6월 점포에서 퇴거했다. B업체는 같은 해 7월 다른 임차인에게 해당 점포를 임대하면서 계약서 특약사항을 통해 건물 철거와 재건축 계획을 알렸다.

A씨는 “B업체가 신규 임차인과 계약하며 철거·재건축 계획을 고지해 새 임차인 주선을 통해 권리금을 회수하려는 기회를 방해받았다”며 1억11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신규 임차인에게 재건축 계획을 알린 것을 두고 함부로 ‘정당한 이유없는 신규임대차 계약 체결거부’라고 단정해 피고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고 보고 “피고는 원고에게 7000만원 상당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재건축 계획을 신규 임차인에게 알렸다는 사실만으로는 상가임대차법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철거·재건축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임대인의 고지 내용에 모순되는 내용이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건축 계획 고지는 임대인의 기본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건물은 사용승인일로부터 45년이 흘러 재건축 필요성이 인정되고 피고는 신규 임대차계약에서 건물 전체 철거·재건축 계획, 공사시점, 소요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모순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원고는 피고에게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거나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 대한 인적사항 등 정보를 제공한 적도 없다”고 부연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상가임대차법상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의 판단기준과 원칙, 예외를 명시하며 구체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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