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팝업매장서 한정판 뉴진스 앨범 팔았더니… MZ 몰려왔다

이지윤 기자

입력 2022-09-08 03:00:00 수정 2022-09-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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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컨슈머가 온다]〈5〉新소비 트렌드의 중심 팝업매장
엔데믹과 함께 오프라인의 귀환… 팝업공간 늘려 랜드마크로 활용
시각적 재미-특이한 경험 제공… 백화점-편의점 MZ세대 ‘핫플’로
“5060 ‘큰손’들도 새트렌드 따를것”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의 ‘뉴진스’ 팝업매장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이날 백화점 개장 10분 전부터 150여 명이 ‘오픈런’ 행렬을 이뤘고 오후 1시경 대기인원은 500명으로 불어났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는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 반 이전부터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앉아 개장을 기다리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매장 문이 열리는 동시에 150여 명이 블랙홀처럼 매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들이 감탄사를 뱉으며 달려간 곳은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의 걸그룹 ‘뉴진스’ 팝업(pop-up·임시) 매장. 기획사가 뉴진스의 데뷔를 기념해 마련한 곳으로 매장 앞 대기줄은 금방 수백 명으로 늘었다.

경기 수원시에서 기차를 타고 오전 8시 반에 온 성모 씨(21)는 사흘 연속 여기에 와서 한정판 앨범은 물론이고 머그컵, 책받침 등의 굿즈 총 14만 원어치를 사 모았다. 그는 “입장 대기를 걸어놓고 기다리는 동안 백화점 매장을 구경하고 커피를 마시며 놀았다”고 했다. 뉴진스 매장 바로 옆 버터맥주 팝업 매장도 40여 명이 가게를 빙 둘러싼 채 줄을 서 있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 소비에 익숙해진 10, 20대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색 팝업 매장을 일종의 랜드마크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춤했던 오프라인 매장이 반격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기에 두드러졌던 온라인 소비 증가세가 꺾이는 대신 백화점과 편의점이 다양한 팝업 매장을 랜드마크 삼아 팬덤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잠시 떴다가 사라진다는 데에 착안해 짧은 기간 운영하는 팝업 매장을 동시 다발적으로 상시 운영하면서 오프라인만이 지닌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 엔데믹 타고 소비 중심으로 돌아온 오프라인
7일 동아일보와 빅데이터 업체 바이브컴퍼니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된 문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소비 플랫폼 관련 키워드는 백화점이 전체의 20%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게시된 문서 21억1184만 건을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비정형 텍스트 데이터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기술)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다.

2030 소비자들이 백화점에 이어 많이 찾은 키워드도 편의점(17%), 쇼핑몰(16%) 등 오프라인 매장이었다. 반면 인터넷쇼핑(3.2%)은 8위에 그쳤다. 이커머스 혁명을 MZ세대가 주도한 것과 별개로 이들에게 가장 트렌디한 쇼핑 공간으로서 오프라인 채널이 재조명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온라인에 밀려 위기에 처했던 오프라인 업체들은 저마다 팝업 거점 점포를 두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팝업 전용 공간을 3개나 두고 팝업 행사를 상시화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내 팝업 전용 공간 ‘더스테이지’의 일정이 연말까지 꽉 찼다. 롯데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최근 열린 테니스용품 팝업 행사엔 열흘간 20만 명이 방문했다.

편의점들도 MZ세대 인기 콘텐츠를 활용해 방문객을 부르기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광장에 15m 높이 ‘피카츄’ 조형물을 설치하고 이달 12일까지 굿즈를 판다. 지난달 16일 개장 이후 19일간 270만 명이 몰렸다. GS25는 가수 박재범이 선보인 소주 브랜드 ‘원소주’와 손잡고 6월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에 팝업 매장 ‘지에스 원’을 열었다. 첫날 준비한 물량 3000병이 1인당 구매수량 제한(8병)에도 불구하고 반나절 만에 소진됐다.
○ 팝업 매장 랜드마크 삼아 MZ세대 끌어모아



팝업 매장을 활용한 랜드마크 전략이 효과를 거두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시각적 재미와 희소성, 특이한 경험을 주는 영향이 크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가 경제적 성취를 우선시했다면 희소한 경험과 즐거운 시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젊은층은 쇼핑에서도 카르페디엠(현재를 즐겨라)을 추구한다”며 “비슷한 취향을 가진 불특정 팬덤과 시공간을 공유하는 곳을 선호해 오프라인 매장에 몰려간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매장 내 엔터테인먼트, 다른 고객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경험은 브랜드 매력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애플, 나이키, 러쉬 등이 매장을 ‘즐거운 커뮤니티’로 만들어 고객 모으기에 성공했다. 송지연 BCG코리아 MD파트너는 “판매 기능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경험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자극해 구매 욕구까지 이끌어내는 오프라인 매장만 남게 될 것”이라며 “공간을 매대가 아니라 체험 공간으로 탈피시키는 대변화가 시작됐다”고 했다.

젊은층을 먼저 사로잡은 랜드마크 효과는 ‘소비 큰손’인 베이비부머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고 만질 수 있는 물리적 경험을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욕구인 데다 MZ세대가 트렌드를 먼저 주도하면 중장년층이 따라오는 추세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김익성 동덕여대 EU비즈니스전공 명예교수는 “중장년층은 새로운 흐름을 좇으려 하고 이를 따라갈 능력이 있는 세대인 데다 가처분 소득 역시 가장 높아 이들까지 매료시키는 오프라인 리테일이 생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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