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정우호’ 최대 위기…“인재인가, 천재인가” 논란 확산

뉴시스

입력 2022-09-07 10:40 수정 2022-09-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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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역대급 태풍 힌남노의 후폭풍으로 포항제철소의 모든 고로가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지난 6일 힌남노가 시간당 최대 110.5mm 폭우를 뿌렸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천재(天災)’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힌남노급 태풍은 이전에도 수없이 몰아쳤다. 2003년 태풍 매미는 물론 2016년 차바, 2020년 마이삭 같은 태풍이 대표적이다.

이런 태풍들이 포항을 강타했을 때도 포스코 포항제철소 고로는 끄떡 없었다. 이 때문에 1973년 7월 포항제철소 가동 이래 최초로 전 고로가 멈춘 이번 사태를 사실상 최정우 호의 ‘인재(人災)’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항제철소 49년 역사 속에서 초유의 사태인 이번 고로 가동 중단을 놓고 본격적인 책임론이 대두될 조짐이다. 일단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되 사태를 이 상황까지 몰고 올 인물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책임 소재 파악은 이번 사태를 과연 인재로 보느냐, 천재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일단 포항시 전역이 물폭탄으로 치명타를 맞았다는 점을 볼 때 ‘천재’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실제 포항에서는 포항제철소를 제외하고도 OCI 등 여러 기업들이 힌남노로 가동을 멈췄다.

특히 포항 앞바다 만조 시간대와 겹치며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더 피해가 컸다. 현재 포항제철소는 주요 설비동의 지하와 1층 전부가 침수돼 핵심 설비 대부분이 무용지물인 상태다.

그러나 힌남노보다 더 강력한 2003년 태풍 매미를 버티는 등 이전 수많은 태풍에도 고로는 건재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는 명백한 인재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천재를 대비하는 것도 결국 사람으로, 수많은 반면교사가 있었는데도, 태풍을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은 인재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힌남노가 오기 전부터 기상청은 역대급 태풍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일각에선 포스코가 방재시설이나 배수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는데도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주장도 들린다.

특히 포항보다 더 많은 시간당 폭우가 쏟아진 창원이나 마산 일부지역은 차수벽이나 배수펌프 시스템으로 큰 침수를 당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태풍 국가’인 한국의 포항 해안에 인접한 포항제철소가 속수무책 당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침수의 가장 큰 원인은 포항제철소 열연공장 인근 냉천이 범람했기 때문인데 포스코는 냉천 범람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대비책도 취하지 않았다.

포스코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포스코 현장 직원들이 방재시설을 보강해야 한다고 사전에 계속 요구했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며 “현장 직원들은 이번 사태 예방을 충분히 건의했을 수 있는데, 이를 경영진이 비용을 이유로 묵살했다면 책임론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최정우 회장의 사상 최대 실적 이면에서 이번 고로 중단 사태가 빚어졌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포스코 회장직에 재선임되며 “수익성에 매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 최 회장의 연임 직후인 지난해 2분기 포스코는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이 정말 중요한 포항제철소 안전 문제는 등한시 한 것 아니냐고 본다. 전문가들은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등 일선 현장의 노후 시설 관리비용을 어떻게 집행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진단한다.

최정우 회장이 본인의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재해법 대응에는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지만 정작 포항제철소라는 사업의 핵심 근거지를 지키는 데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안전’을 강조하는 등 자신을 둘러싼 ‘산재사고 소홀’ 논란을 극복하는데 주력해왔다. 안전관리 조직을 개편하고, 시설노후 개선에 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산재사고’라는 작은 그림에만 치중했을 뿐 정작 ‘고로 가동 중단’이라는 큰 그림에선 조직을 제대로 이끌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전문가는 “최정우 회장이 국회에서 산재사고 등을 이유로 비판을 당하자 산재사고 방지에는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며 “하지만 태풍 대비나 제철소 침수 같은 굵직한 사태에는 상대적으로 철저하게 대비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힌남노의 후폭풍으로 지난 6일부터 2,3,4고로 모두 ‘휴풍(고로에 열풍을 불어넣지 않는 것)’에 들어갔다. 포항제철소는 제1·2·3·4고로 4개가 있는데 이중 1고로는 노후화돼 가동을 중지한 상태다.

포항제철소에서 고로가 동시에 전부 멈춘 것은 포항제철소 가동 49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포항제철소는 연간 1500만t 규모의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데 이를 하루로 계산하면 4만1000t 정도다. 업계는 이번 고로 가동 중단으로 포스코가 하루 500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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