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건설노조, 채용강요에 부당금품 요구도…대응 방법은?

황재성기자

입력 2022-09-01 13:11 수정 2022-09-01 13:22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인력 채용이나 장비 사용을 강요하거나 수백~1000만 원의 월례비와 같은 부당금품을 요구하고,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회 태업 등으로 공사를 방해한다.

건설노조의 도를 넘는 불법행위로 건설현장 운영에 차질을 겪고 있다는 건설업계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보고서가 나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보고서 ‘건설정책리뷰-건설노조 불법·부당행위 근절방안’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4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전국 건설현장에서 건설노조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불법행위 실태에 대한 조사결과를 담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건설정책연구원은 중소건설업체모임인 대한전문건설협회가 2006년에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 채용강요가 가장 많고, 1000만 원 수준의 부당금품 요구도
1일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결과 건설노조의 불법 및 부당행위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특히 2017년부터 심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또 건설근로자를 노조원으로 하는 건설노조는 11개나 됐는데, 서울(6개) 경기(3개) 등 대부분 수도권을 주요 활동지로 삼았고, 부산(1개)과 대구(1개)를 활동무대로 하는 노조도 있었다.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는 여러 가지였다. 우선 채용 강요행위가 25.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월례비 등의 부당금품 요구행위(18.4%), 현장집회(14.0%), 장비사용 강요행위(13.6%), 현장점유 및 방해행위(13.6%) 태업(9.2%) 도급강요(4.4%) 기타(1.2%)의 순이었다.

채용강요의 경우 하도급으로 골조공사를 수행하는 철근콘크리트업체에 목수의 50~80%를 노조 소속 근로자로 채용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노조는 차량과 확성기 등을 동원한 시위로 압박하거나 민원 등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공사 진행을 방해했다.

부당 금품요구 행위는 크게 두 가지로 형태로 이뤄졌다. 하나는 채용 후 일정한 수준의 추가적인 금전을 ‘전임비’ 명목으로 요구하는 경우이다. 나머지는 채용강요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 ‘발전기금’이나 ‘단협비’ 등의 명목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금전을 요구하는 식이다.

전임비는 1개 노조에 월 평균 160만~170만 원 수준이었는데, 통상 한 개 현장에 1개 이상의 노조가 활동하고 있어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기금의 수준은 현장의 규모에 따라 3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일부 노조는 현장과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데도 하도급업체에 발전기금을 요구하는 상황도 있었다.

● 비용 증가에 비노조원 일자리 차별 등 부작용 잇따라
건설노조의 불법 및 부당행위는 시공단계뿐만 아니라 건설공사 모든 과정에서 발생했고, 이로 인한 폐해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와 전문건설업체의 부실화 초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채용강요 과정에서 공사방해로 현장이 중단되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이로 인해 시설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문제다. 예컨대 아파트재개발 현장이라면 사업이 늦어지면서 입주지연이 불가피해지고, 입주예정일을 중심으로 계획돼 있었던 이사와 주택임차 등에 영향을 미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공사원가에서 노무비를 상승시키면서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축물의 가격을 인상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주로 하도급으로 공사를 받아 일거리를 마련하는 전문건설업체의 부실화도 우려된다. 하도급공사 입찰에서 노조가 업체의 입찰금액 결정에 개입하는 등 경영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노조가 철근과 형틀, 비계, 해체 등 공정별로 ‘분과위원회’를 만든 뒤 공정별 하도급 입찰금액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을 정도다.

또 노조를 통해 일자리를 받은 건설근로자의 임금을 비노조원보다 40% 이상 높게 책정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원가부담 증가에 따른 전문건설업체의 부실을 초래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의 채용강요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건설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건설근로자들 중에는 구직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도 있었다.

● ‘발주자-원도급자-하도급자’ 협의체 만들어 대응할 필요
보고서는 이런 문제들을 막고, 건설노조의 불법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불법 시위에 대해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을, 채용강요에 대해서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 노조의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등을 적용해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발주자-원도급자-하도급자’로 이뤄진 3자 협의체 구성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각자의 권리를 훼손당하고 있는 만큼 공동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발주자는 현장의 시설관리권을 가졌고, 건설노조나 노조간부의 현장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당사자이다. 또 원도급자는 공사기간 지연 등으로 발생할 각종 비용부담을 떠안을 당사자다. 하도급업체는 영세한 경우가 많아 협상력이 약한 만큼 권한과 능력을 가진 발주자 및 원도급자와 연대할 필요성이 있다.

외국인근로자 고용조건 완화도 노조의 횡포를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다. 외국인근로자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인력 동원 권한을 무기 삼은 노조 측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정부가 외국인근로자 가운데 일정 수준의 숙련도 등 기능수준을 보유하고, 의사소통이 원활한 사람에 대해서는 일정한 평가를 거쳐 체류기간을 연장해주는 방안 도입을 촉구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