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액 크게 줄여” vs “혈세 수천억 줄 상황”… 당시 관료들 책임론도

김도형 기자 , 김자현 기자

입력 2022-09-01 03:00:00 수정 2022-09-01 09: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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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에 3100억 배상판정 논란
“론스타의 주가조작 유죄 인정등… 한국정부 입장 상당부분 반영돼”
“수조원 챙긴 사모펀드에 또 배상금… 당국의 매각과정 문제, 판정에 영향”
김대기 비서실장, 당시 靑경제수석… 추경호-김주현 당시 금융위서 핵심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6조 원대 분쟁에서 한국 정부가 약 3100억 원을 물어야 한다는 국제 중재기구의 선고가 나온 가운데 금융계와 법조계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초대형 소송에서 배상액을 크게 줄인 만큼 비교적 선방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사모펀드에 국민 세금을 들여 수천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 매각 지연 과정에 한국 금융당국의 책임이 있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관치금융’의 대가가 수천억 원대 배상금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과정에 관여했던 전·현직 관료들에 대한 책임론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 “한국 정부 선방” vs “잘못된 금융감독 정책 탓”
31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판결이 나오자 법조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재판정부가 선고한 배상액이 당초 론스타가 청구한 금액의 4.6%에 불과한 데다 론스타가 2020년 분쟁 철회 대가로 제시한 협상액(약 1조1600억 원)보다 낮다는 점 때문이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인 정혁진 법무법인 경문 대표변호사는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점 등이 반영돼 배상액을 줄인 점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며 “론스타 측도 소송비용 등을 감안하면 남는 장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ISD 자체가 투자자에게 유리한 제도인 데다 ICSID 판결에서 통상 7 대 3의 비율로 정부가 지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번 결과는 다르다”며 “다만 10년을 끌어 나온 결과인 만큼 정부가 자화자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ISD에서 수천억 원대 배상금을 지급한 전례가 없는 데다 외환은행 인수·매각을 통해 4조7000억 원의 차익을 챙겨 한국을 떠난 사모펀드에 또 310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잘못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당초 론스타가 주장한 6조 원은 허수”라며 “대주주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에 은행을 팔아 막대한 차익을 챙겨주고 추가로 배상금까지 물어줄 판”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2011년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매각 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차례 승인을 연기한 부분을 문제 삼아 이번 배상액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금융당국 책임이 크다는 해석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나금융 팔을 비틀어 인수 가격을 낮추도록 한 것은 국내법으로도 잘못된 것”이라며 “당시 금융감독 정책에 명백한 문제가 있다는 판정이 나온 것이어서 사실상 한국 정부가 패했다”고 지적했다.
○ 인수·매각 관료들 책임론 다시 거론
이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을 승인했던 전·현직 핵심 인사들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 정부의 경제팀 수장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향후 책임론 공방에 따라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1∼2012년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매각될 당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있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함께 금융위 부위원장을, 김주현 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사무처장을 맡았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때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론스타 법률대리였던 김앤장 고문이었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추경호 부총리는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을 지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의사결정 과정은 물론이고 ‘폭탄 돌리기’를 하듯이 10년간 중재를 이어온 점 등에 대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무상 위법 행위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관료 개인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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