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 5000만→1억원’ 법안 봇물… 업권별 차등적용 논의

김수연 기자

입력 2024-07-05 03:00 수정 2024-07-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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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4건 발의, 논의 재점화
‘5년마다 한도 적정성 검토’ 담겨
‘저축銀-상호금융은 유지’ 의견도
금융당국, 한도 상향에 신중 입장


24년째 묶여 있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으로 높이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모든 업권의 보호 한도를 일괄적으로 올릴 경우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차등 적용’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4건이 발의됐다.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이후 민주당 김한규, 정준호 의원도 이달 1일과 3일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금융업권에 따라 보호 한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엄 의원 안은 예금보험위원회가 5년마다 금융 업종별로 한도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정 의원 안의 경우 금융 업종별로 구분한 한도의 적정성을 금융위원회가 5년마다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업권·상품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5000만 원이다. 2001년 이후 23년간 같은 기준이 적용돼 경제 상황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업권 예금자 보호 한도 비율은 약 1.2배로 미국(3.1배), 영국(2.2배), 일본(2.1배)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계기로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법 개정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대다수의 소비자가 보호 한도 내에 있어 한도 상향의 편익이 소수에게 돌아가는 반면 예금보험료율 인상 부담은 전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예금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당시 금융위원회 역시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업권별 보호 한도를 달리 적용하는 대안이 제시됐다. 미국을 포함한 일부 선진국도 은행, 금융투자, 보험 등 업권별로 보호 한도가 다르다. 정혜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올 2월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은행의 보호 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 상호금융은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현재 경제 상황과 국내 계좌 접근성을 고려할 때 한도 상향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차등 적용에 대해서도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업권별로 예금자 보호 한도를 구분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그동안 경제 규모의 확대를 감안하면 1억 원도 적은 수준”이라면서도 “업권마다 보호 한도가 다를 경우 은행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금융 산업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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