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부족, 스펙도 부족”… 취준생 66%가 ‘구직 단념’
송충현 기자 , 박현익 기자
입력 2022-10-24 03:00 수정 2022-10-24 04:18
전경련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취업난, 경력선호-일자리 부족 탓… 평균 6.7번 지원, 서류합격 2.4회
“취업준비 6개월 이상 필요” 66%… “젊은층 구직 포기땐 경제 후퇴”
4년제 대학 졸업을 앞둔 이모 씨(26)는 매일 오전 서울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만만치 않은 영어학원 및 토익시험 비용을 직접 벌기 위해서다. 이 씨는 “요즘은 경력직을 뽑는다는 회사만 많아 신입사원 공고 자체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알바로 조금씩 돈을 벌며 기약 없이 스펙을 쌓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주변에는 취업 준비보다 아르바이트에만 전념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 졸업을 앞두거나 이미 졸업한 취업준비생 10명 중 6명 이상은 사실상 구직을 단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인해 채용 시장이 축소되는 데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가 부쩍 커져 취업준비생들에겐 도전 기회조차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물가 상승으로 취업 준비를 위한 비용 부담도 커진 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전국 4년제 대학에 재학하고 있거나 졸업한 2469명을 대상으로 ‘2022년 대학생 취업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대졸 신규 채용 환경이 ‘작년보다 어렵다’는 응답은 29.6%로, ‘작년보다 좋다’는 응답 5.6%보다 훨씬 많았다. ‘작년과 비슷하다’가 29.0%였고, 35.8%는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채용시장에 갓 뛰어든 청년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해보다 올해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채용시장 악화는 청년들의 구직 단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경련은 전체 조사 대상 중 대학 4학년 이상의 졸업예정자들과 졸업자 920명만을 추려 별도의 조사를 했다. 취업준비 활동을 묻자 ‘의례적으로 하고 있다’(31.8%) ‘취업 준비를 거의 안 한다’(26.7%) ‘쉬고 있다’(7.3%)는 답을 합쳐 65.8%나 됐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역량, 기술, 지식 등을 더 쌓기 위해’가 49.5%로 가장 많았지만, ‘일자리 부족’이란 응답도 38.8%나 됐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도 현실의 벽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평균 6.7회 입사 지원서를 냈는데 서류전형 합격 횟수가 평균 2.4회였다. 서류전형에 합격한 횟수가 ‘1회’(23.9%) 또는 ‘없다’(23.1%)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다.
대학생 및 대학 졸업자들은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2469명 대상)로 경력직 선호 등에 따른 신입 채용 기회 감소(28.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근로조건에 맞는 좋은 일자리 부족(26.0%), 체험형 인턴 등 실무 경험 기회 확보의 어려움(19.9%), 물가 급등에 따른 취업준비 비용 부담 증가(13.9%)가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취업 준비 기간이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응답이 36.4%에 달했다. ‘6개월 이상 1년 미만’도 29.9%였다. 10명 중 7명은 적어도 6개월 이상 취업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국 등 해외 선진국도 1990년 이후 출생한 젊은층이 점차 구직을 포기하면서 경제가 역동성을 잃고 후퇴했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직접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직업 탐색을 지속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취업난, 경력선호-일자리 부족 탓… 평균 6.7번 지원, 서류합격 2.4회
“취업준비 6개월 이상 필요” 66%… “젊은층 구직 포기땐 경제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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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 졸업을 앞둔 이모 씨(26)는 매일 오전 서울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만만치 않은 영어학원 및 토익시험 비용을 직접 벌기 위해서다. 이 씨는 “요즘은 경력직을 뽑는다는 회사만 많아 신입사원 공고 자체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알바로 조금씩 돈을 벌며 기약 없이 스펙을 쌓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주변에는 취업 준비보다 아르바이트에만 전념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 졸업을 앞두거나 이미 졸업한 취업준비생 10명 중 6명 이상은 사실상 구직을 단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인해 채용 시장이 축소되는 데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가 부쩍 커져 취업준비생들에겐 도전 기회조차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물가 상승으로 취업 준비를 위한 비용 부담도 커진 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채용시장 악화는 청년들의 구직 단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경련은 전체 조사 대상 중 대학 4학년 이상의 졸업예정자들과 졸업자 920명만을 추려 별도의 조사를 했다. 취업준비 활동을 묻자 ‘의례적으로 하고 있다’(31.8%) ‘취업 준비를 거의 안 한다’(26.7%) ‘쉬고 있다’(7.3%)는 답을 합쳐 65.8%나 됐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역량, 기술, 지식 등을 더 쌓기 위해’가 49.5%로 가장 많았지만, ‘일자리 부족’이란 응답도 38.8%나 됐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도 현실의 벽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평균 6.7회 입사 지원서를 냈는데 서류전형 합격 횟수가 평균 2.4회였다. 서류전형에 합격한 횟수가 ‘1회’(23.9%) 또는 ‘없다’(23.1%)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다.
대학생 및 대학 졸업자들은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2469명 대상)로 경력직 선호 등에 따른 신입 채용 기회 감소(28.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근로조건에 맞는 좋은 일자리 부족(26.0%), 체험형 인턴 등 실무 경험 기회 확보의 어려움(19.9%), 물가 급등에 따른 취업준비 비용 부담 증가(13.9%)가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취업 준비 기간이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응답이 36.4%에 달했다. ‘6개월 이상 1년 미만’도 29.9%였다. 10명 중 7명은 적어도 6개월 이상 취업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국 등 해외 선진국도 1990년 이후 출생한 젊은층이 점차 구직을 포기하면서 경제가 역동성을 잃고 후퇴했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직접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직업 탐색을 지속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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