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銀과 경쟁” 저축銀, 대출금리 인하 ‘역주행’… 건전성 우려

송혜미 기자

입력 2022-05-26 03:00 수정 2022-05-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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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신용자 대출 늘린 인터넷銀 맞서… 저축은행들 고객 잡으려 금리 낮춰
4월 신용대출 평균 금리 14.7%… 금리 인상기인데 한달새 0.03%p↓
年3%대 특판 예금도 잇따라 출시… 전문가 “출혈경쟁 땐 부실 가능성”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저축은행들은 오히려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금리 대출 시장을 놓고 인터넷전문은행들과 경쟁하고 있는 저축은행이 고객 유출을 막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출혈 경쟁으로 이어져 저축은행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4월 저축은행 34곳이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14.70%로 집계됐다. 3월의 14.73%보다 오히려 0.03%포인트 떨어져 2월(14.70%)과 같은 수준이 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시중은행 등 다른 업권의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권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2월 5.16%에서 3월 5.21%, 4월 5.27% 등으로 꾸준히 뛰었다.

올 들어 매달 대출 금리를 낮춘 저축은행도 많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월 연 17.02%에서 매달 인하돼 지난달 13.99%까지 내려갔다. 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를 매달 낮춘 결과다. OK저축은행 역시 1월 16.72%였던 신용대출 금리가 4월 16.39%로 내려갔다. 10대 저축은행 가운데 4월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1월보다 낮은 곳은 7곳이나 된다.

금리 경쟁력을 앞세운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를 겨냥해 공격적으로 대출을 확대하자 저축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추며 고객 붙잡기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메기 효과’로 중금리 대출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적정한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지 않으면 바로 고객 이탈로 이어져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최근 고금리 특판 예금을 내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25일 연 최고 3.36%의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SBI, KB저축은행 등도 3%대 특판 예금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된 뒤 고신용자들이 저축은행으로 많이 넘어오면서 대출 금리를 낮춘 효과도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된 뒤 중금리 기준도 낮아졌다”며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신용 리스크가 적은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이 최근 금리 인상 기조에 역행해 대출 금리를 내리고 수신 금리를 올리면서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대출 부실 가능성이 낮은 고신용자 대출을 더 늘려 오히려 저신용자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 수요가 줄고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저축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수익률 하락에 따른 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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