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매장서 득템을…” 온실가스 줄이는 ‘친환경 패션’ 뜬다

강은지 기자 , 송혜미 기자

입력 2021-05-04 03:00 수정 2021-05-0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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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Green Action!]지속가능 패션 트렌드 인기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의류 교환 행사 ‘21% 파티’에서 참가자들이 다른 사람의 옷들을 구경하고 있다. 이 행사는 갖고 있는 옷 10벌 가운데 안 입는 옷 2벌을 버리는 대신 바꿔 입자는 취지로 열렸다. 다시입다 연구소 제공
“친구들하고 잘 안 쓰는 가방이나 자주 입은 재킷을 3개월에 한 번 정도 바꿔요. 기분 전환도 되고, 돈도 절약하고, 환경에도 좋으니 ‘일석삼조’네요.”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이혜정 씨(23)는 최근 2년 동안 속옷과 양말을 제외한 새 옷을 산 적이 없다. 그 대신 중고 거래를 통해 옷과 신발을 산다. 이 씨는 “품질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마음에 안 들거나 살이 쪄서 못 입는 옷이 생긴다”며 “그런 옷을 중고로 구매하면 새 제품을 생산하고 폐기할 때 들어가는 자원과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친환경 생활에 대한 관심이 ‘지속가능한 패션’ 실천으로 바뀌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옷을 저렴한 가격에 사서 한 철만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환경 파괴에 대한 문제의식이 그 출발점이다. 이런 소비자들은 제품을 고를 때 친환경적으로 생산됐는지를 고민하고 중고 거래에도 거리낌이 없다. 최근 패션뿐 아니라 각종 생필품까지 중고 거래가 활성화된 사회적 분위기도 이런 트렌드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환경 해치는 패션’ 경고 목소리

패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2018년 3월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발표에 따르면 패션산업에 소요되는 물의 양은 전체 산업계가 사용하는 양의 약 20%에 달한다. 목화밭에 물을 주고, 농약을 뿌린 뒤 다시 희석하고, 면화를 뽑아내 염색을 하는 등 가공하는 모든 과정에서 많은 물이 사용된다. 일례로 면으로 된 셔츠 한 벌을 만들어내기까지 들어가는 물의 양은 2700L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람이 2년 6개월 동안 마실 수 있는 정도다.

또 의류와 신발 등 패션업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전 세계 온실가스 산업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환경평가 수행기관인 콴티스 인터내셔널(Quantis International) 보고서에 따르면 의류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2016년 기준 32억9000만 t으로, 2030년에는 40억1000만 t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국가들의 경제 성장에 맞춰 의류 소비도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옷의 85%는 3년 이내에 매립지 등으로 보내져 폐기된다. 매년 버려지는 옷이 약 210억 t에 달한다.

패션산업의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커지자 업체들이 나섰다. 버버리, 아디다스, H&M 등 43개 대형 패션기업은 2018년 12월 폴란드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패션산업 헌장’에 서명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0이 되는 개념)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이후 패션업계에서는 소재와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더 신경 쓰고, 그 내용을 알리는 마케팅이 늘어나는 추세다. 페트병에서 나온 재생 원료로 옷과 신발을 만들거나, 목화 재배 과정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수질 오염과 물 사용량을 줄인 ‘유기농 면’을 활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식이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자투리 원단, 원래대로라면 소각했어야 할 재고 제품 등을 재사용해 다시 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브랜드도 생겼다.

○패션·친환경 만족시키는 중고 의류 인기

중고 제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고 의류를 사용하는 것은 버리는 옷을 줄여 결과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가치 있는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에서는 중고 의류를 판매하는 창고형 의류 매장에서 자신에게 맞는 옷을 ‘득템’해 입는 것도 유행이다. 저렴한 가격에 흔하지 않은 디자인의 빈티지 의류를 구입할 수 있는 데다 버려지는 옷을 재사용할 수 있어서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송모 씨(22)는 지난달 경기 광주시의 한 창고형 중고 의류 매장을 찾았다. 송 씨는 산더미처럼 쌓인 옷들을 뒤져 재킷과 원피스, 청바지 등 10여 벌을 골라 6만 원에 구입했다. 옷은 무게로 달아 계산하는데 kg당 8000∼1만 원 선이다. 송 씨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 옷 사 입기를 좋아하는데 최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돼 새 옷을 사기가 망설여졌다”며 “중고 의류를 구입하니 개성 있는 옷도 사고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없는) 패션’도 추구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각자 갖고 있는 옷을 교환하는 행사도 이뤄진다. 환경 스타트업 ‘다시입다 연구소’는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NPO지원센터에서 ‘21% 파티’를 열었다. 사전 신청을 한 시민 30명이 각자 10벌 이하의 옷을 가지고 와 서로 교환하는 이벤트였다. ‘21%’는 다시입다 연구소가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옷 가운데 입지 않는 옷의 비중을 뜻한다. 옷장에 있는 옷 10벌 중 잠자는 2벌은 바꿔 입자는 취지에서 행사 이름을 정했다.

파티를 기획한 정주연 다시입다 연구소 대표는 “자신이 가져온 의류 가짓수만큼 다른 사람들의 옷을 가져갈 수 있게 했는데 ‘더 가져가고 싶다’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자신의 옷을 남에게 선물하고 다른 여러 사람의 옷과 액세서리를 조합해 새로운 패션을 만드는 즐거움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는데, 신청을 받자마자 모두 마감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강은지 kej09@donga.com·송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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