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작은 움직임… “채식으로 친환경 삶 실천해요”

강은지 기자

입력 2021-04-13 03:00 수정 2021-04-13 15:3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이제는 Green Action!]간헐적 채식주의자 증가세
탄소 배출 높이는 육식 줄이고, 주 1∼2회 식물성 음식 섭취
식품-패션업계도 ‘비건’ 실천
콩으로 만든 햄버거 선보이고, 동물성 원료 뺀 화장품 출시


최근 채식을 통한 환경보호 실천이 주목받으면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채식을 시도해 보려는 이들이 많다. 채식은 육식과 달리 동물을 키우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고 동물로부터 온난화 유발 가스도 배출되지 않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 햄버거에 들어 있는 건 진짜 계란 프라이 같은데요?”

8일 서울 마포구의 채식 식당 ‘띵크 비건’. 햄버거를 주문한 고객이 내용물을 포크로 가리키며 묻자 식당 주인 정승우 씨가 “녹두와 콩으로 만든 비건 프라이”라고 설명했다. 테이블에서는 “우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이 식당에서는 햄버거 외에 파스타와 피자, 깐풍 두부, 비빔밥 등을 판매한다. 정 씨는 “친환경 삶을 실천하기 위해 채식을 시도하려고 우리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콩으로 만든 마요네즈, 버터와 계란을 뺀 빵 등 대체 식품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적인 삶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채식주의자는 물론이고 가끔 채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 늘고 있다. 플렉시테리언은 유연하다는 뜻의 ‘플렉시블(flexible)’과 채식주의자인 ‘베지테리언(vegetarian)’을 합성해 만든 단어다. 플렉시테리언은 일주일에 한두 번 채식을 하는 방식으로 친환경 삶을 실천한다. 최근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플렉시테리언도 점차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도 “채식으로 기후위기 대응”

육식 대신 채식을 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육식을 할 때 소비되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이른바 ‘붉은 고기’를 생산하는 데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축산업으로 인해 배출되는 양은 약 15%. 그중에서도 약 65%는 전 세계 15억 마리의 소를 키우는 데서 나온다. 닭이나 돼지보다 덩치가 큰 소는 키우는 데 더 많은 땅과 물, 사료가 필요하다. 여기에 소가 사료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방귀와 트림 등으로 배출하는 메탄가스(CH4)는 온실가스의 주 성분이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온실가스 59.6kg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법 중 하나로 채식을 권고한다. 2019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총회에서 ‘기후변화와 토지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전 세계 과학자 107명이 참여한 이 보고서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붉은 고기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또 보고서는 채식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인류가 들여야 하는 노력을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늘어나는 채식 수요에 식품업계도 잇따라 비건(채식주의자) 상품을 내놓고 있다. 햄버거 업계는 지난해 롯데리아가 콩 등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 버거’를 내놓았고, 최근 노브랜드버거와 버거킹 등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풀무원과 삼양식품은 각각 지난해 8월과 지난달 한국비건인증원에서 인증을 받은 비건 라면을 출시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투썸플레이스는 2월부터 대체육을 넣은 비건 샌드위치를 판매 중이다.

○윤리 소비와 ‘제로웨이스트’까지 확대

채식에 대한 관심은 친환경·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이른바 ‘가치 소비’로 이어진다. 꼭 먹는 제품이 아니어도 화장품·의류 등을 고를 때 친환경적 요소가 있는지를 고려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이에 화장품 업계는 동물성 원료를 넣지 않은 향수와 로션 등 ‘비건 화장품’을 출시하고 포장재를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동물 가죽이나 털을 뺀 ‘비건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인 에르메스가 동물 가죽 대신에 버섯 균사체가 주 원료인 대체 가죽으로 ‘버섯 가방’을 만들어 올 하반기(7∼12월)에 출시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서울환경연합은 3월 한 달 동안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 없는 삶)’와 비건을 동시에 실천하는 온라인 캠페인 ‘제비(제로웨이스트+비건)의 삶’을 진행했다. 당초 1000명 참여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쓰거나 채식 경험을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제비의삶’ ‘#비건’ 등을 검색하면 각종 비건 요리법을 공유한 글과 인증사진 등이 넘쳐난다. 캠페인을 기획한 오신혜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기후위기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채식과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식 선호가 일회용 배달용기를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무래도 환경 보호를 계기로 채식 실천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는 데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환경을 위해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채식 가게와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배달앱에서 ‘다회용기 사용’ 선택지를 만들어 가게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