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개월 버티다 안되면 문닫아야죠”…코로나에 암담한 동네상권

뉴스1

입력 2020-03-23 10:40 수정 2020-03-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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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앞으로 3개월은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그 이후에도 이렇게 손님이 없으면 점포를 닫아야할 것 같아요.”

21일 저녁 경기 김포시의 한 안경점에서 만난 강 모 사장이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나직이 말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은 4명. 평상시라면 손님을 맞느라 분주할 주말 ‘피크타임’이지만 손님이라곤 중년 부부 2명에 불과할 정도로 한산했다. 되레 손님보다 직원이 배로 많다. 이마저도 강 사장은 “오늘은 오랜만에 날씨가 따뜻해서 손님이 그나마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도심 한복판은 물론 동네 구석구석을 파고들면서 강 사장이 운영하는 안경점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기 시작한 2월부터 손님 발길이 끊기면서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0%가량 떨어졌다고 강 사장은 설명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가게 전면에 ‘40% 대세일’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집에 묶인 사람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강 사장은 “직원들도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 일주일에 한명씩 돌아가면서 쉬자고 하더라고요”라며 “급여를 못줘서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쩌겠어요”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나마 안경점은 나은 편에 속한다. 비싼 안경테 판매는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안경렌즈 교체 수요가 꾸준히 있어서 당장 폐업할 지경은 아니라고 한다. 동네 음식점의 사정은 한결 심각하다. 코로나 사태가 한달 넘게 이어지가 인근 음식점 가운데선 아예 문을 닫고 휴업에 들어간 곳도 있었다.

코로나19가 실물경제의 말초혈관 수준인 동네 상권부터 침식해 들어가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소상공인 10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12.6%(133명)는 직원 감원, 16.9%(178명)는 직원 휴직을 실시했다고 답변했다. 이 외에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는 답변은 26.7%(282명), 직원이 없다는 답변이 38%(401명), 기타가 5.8%(61명)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통계청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연가·질병 등으로 잠시 일을 중단한 ‘일시휴직자’는 61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만2000명(29.8%) 급증했다. 특히 일용직·임시직 근로자들이 최일선에서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일용근로자는 129만명으로 전년 동월(139만7000명) 대비 10만7000명 줄었다. 임시근로자도 452만명에서 450만7000명으로 1만3000명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피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시아권에서 코로나 확산은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유럽과 북미 등에선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올 하반기까지도 경제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람들의 생활상이 송두리째 변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은 가중되는 양상이다.

SK증권은 “소매 경기의 부진으로 자영업의 몰락이 가속화하면서 상권이 재편될 것”이라며 “소비층을 끌어들이는 특색 있는 문화 없는 상권은 쇠퇴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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