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붙은 구두-옷 입니다”… ‘합격기운’ 사고파는 취준생들

김예윤 기자

입력 2022-09-22 03:00 수정 2022-09-2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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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면접 물품 중고거래 인기
취업성공 인증 정장-구두 등은 ‘완판’
“이왕이면 ‘합격 물품’ 싸게 사고파”


“대기업 합격 기운 팍팍 담은 정장 내놔요.”

지난해 국내 한 대기업에 입사한 최모 씨(32·여)는 최근 중고장터에 ‘대기업 공채 합격’을 강조하며 면접 때 입고 합격한 원피스와 블라우스 여러 벌을 올렸다. 최종 입사한 기업 이니셜과 함께 몇 군데에 합격했는지 상세히 적었다. 결과는 ‘완판’이었다. 그는 “합격 기운을 받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어서 써 놨다.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나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취업이나 합격 경험을 내세워 면접용 의상 등을 파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순히 자신의 이력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자격증이나 합격 공지 사진을 ‘인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동작구에서 1년 반째 취업 준비 중인 정모 씨(29)는 최근 면접용 중고 구두를 찾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요 기업에 합격한 사람이 신은 구두가 주요 ‘타깃’이다. 정 씨는 “비싼 새 구두도 좋겠지만 이왕이면 ‘합격 구두’를 저렴하게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취준생들의 ‘합격자 중고품’ 선호에는 최근 고물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 SK LG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달 본격적으로 하반기(7∼12월) 채용을 시작했다. 취업 면접용 물품은 자주 쓰지 않는 만큼 물가가 치솟는 와중에 제값을 주고 사기가 아깝다고 판단하는 취준생이 늘었다. 여기에 ‘이왕이면 다홍치마’ 격으로 취업 성공자의 중고 물품을 찾는 것이다.

그 대상도 옷이나 구두를 넘어 취업준비용 서적, 기업합격 족보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엔 기업면접 후기를 읽거나 취업 스터디에 참여하기 위해 주요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 계정을 3만∼5만 원에 사고파는 현상도 생겼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면접 의상처럼 평상시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의 중고거래가 더욱 활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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