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내 소상공인 “상황 더 나빠졌다”…재난지원금 ‘역습’

뉴스1

입력 2020-05-22 15:25 수정 2020-05-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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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롯데마트 제주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임대매장 목록이 적혀 있다.2020.5.22 © News1

“마트 밖에서 장사했으면 좀 나았을까요. 지금은 손님 다 뺏기고 코로나 한창때보다 더 죽을 맛입니다.”

대형마트 내 다수의 임대매장이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며 대형마트에서의 사용을 제한했으나 마트 내 임대매장에서는 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일종의 소상공인 보호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대형마트에 입점한 임대 점포 대부분이 마트와 결제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어 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제시스템 공유로 임대매장 매출이 마트 매출로 잡히는 탓에 재난지원금 사용이 어려운 것이다.

지급률이 90%에 육박하며 긴급재난지원금 ‘특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이 같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오히려 더 심한 불황에 맞닥뜨렸다.

마트에서 만난 상인들은 지원금 사용이 되는 외부 매장에 손님들을 뺏기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절정일 때보다 상황이 나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이들에겐 ‘역습’이 된 셈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대형마트 3사 내 임대매장에서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이마트는 2400여 개 매장 중 30%가량인 800여개, 롯데마트는 1444개 중 55%인 795개, 홈플러스는 6000여 개 중 19%인 1100여 개에서만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이마트 제주점의 경우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한 매장은 약국과 신발가게 단 2곳이었다.

마트 2층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60)는 “5월 초쯤 현금으로 지급됐던 제주도 지원금이 풀릴 때는 매출이 점점 올라서 작년이랑 비슷한 수준까지 갔는데 정부 지원금이 나온 후엔 다시 풀썩 주저앉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매장으로 가는 게 당연하니 그나마 있던 손님까지 모두 뺏긴 것”이라며 “지원금이 지급되면서 지역상권은 살아나겠지만 우리 같은 매장은 전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씨가 끊어 보여준 영수증엔 매장 이름이 아닌 마트 이름만 찍혀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마트 매출로 올라가다 보니 재난지원금 사용이 안 되는 거라고 상인들끼리는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마트 역시 상황은 같았다.

롯데마트에서 만난 옷가게 주인 A씨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되고 그나마 있던 단골손님까지 모두 떨어져 나갔다고 울상지었다.

A씨는 “임대매장에서는 사용이 된다는 말에 단골손님이 옷을 사러 오셨다가 어쩔 수 없이 그냥 가셨다”며 “재난지원금 사용이 끝나는 8월 말은 돼야 매출이 회복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이같은 상황에 마트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법인으로 들어오는 매장과 소상공인이 자리를 빌려서 운영하는 매장의 결제 시스템이 다르다”며 “계약할 때 결제시스템을 공유하기로 한 거라 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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