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파워’ K바이오 급성장… 오리지널 신약과 1,2위 다툼

임현석 기자

입력 2020-02-24 03:00 수정 2020-02-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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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임랄디’ 약진… 면역치료제 ‘휴미라’와 경쟁구도
‘레미케이드’ 복제약 생산 셀트리온, 유럽 점유율 59%… 오리지널 앞질러
“美시장도 이르면 올해 본격 진출”


오리지널 신약으로 승승장구하던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만드는 국내 제약업체들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신약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업체들이 오리지널 신약과 약효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30%에 불과한 복제약을 내놓고 시장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지난해 매출은 191억6900만 달러(약 23조 원)로 전년 대비 3.9% 하락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매출이 급감하며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이 31.1%나 떨어졌다. 휴미라는 류머티즘 관절염 등 만성 염증성 면역질환에 쓰이는 약으로 단일 의약품 중 매출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애브비 측은 간판 의약품의 고전을 “유럽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가 급성장하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신약과 효과가 거의 동등한 복제약을 의미한다. 바이오 신약처럼 생물유래물질을 이용하는데 만성질환에서 효과가 탁월하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업체가 빠르게 선점한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2018년 휴미라 유럽 특허가 만료되자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빈틈을 치고 들어오면서 시장 경쟁 구도가 갖춰졌다. 현재 휴미라 복제약 시장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임랄디’는 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2000억 원의 판매 실적을 올리면서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임랄디를 비롯해 지난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3종이 유럽 시장에서 올린 제품 판매액만 해도 약 85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적자 상태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1300억 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바이오시밀러들이 맹추격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은 또 있다. 존슨앤존슨이 개발한 자가면역치료제 ‘레미케이드’는 지난해 43억8000만 달러(약 5조3000억 원) 매출로 전년 대비 17.8%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유방암 위암 치료제인 로슈의 ‘허셉틴’도 매출이 60억3900만 달러(약 7조3000억 원)로 전년 대비 12% 하락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약진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셀트리온 램시마는 유럽시장에선 오리지널 레미케이드 점유율을 앞지른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레미케이드 관련 시장(복제약 포함)에서 셀트리온의 점유율은 59%에 이른다. 이 시장에서 같이 경합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플릭사비’를 합치면 유럽 시장 점유율은 67%이다.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가 34%에 그친 데 비하면 큰 격차다.

이와 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셀트리온이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 원(1조1285억 원)을 넘어선 데 이어 글로벌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 헬스케어도 지난해 매출 1조 원 벽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오시밀러 약가가 오리지널 대비 30%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권장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특허 보호가 깐깐한 미국 시장에는 올해나 내년쯤 국내업체들의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리지널 신약 업체들과의 경쟁이 더욱 불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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