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번진 ‘망 사용료 전쟁’… 구글-넷플릭스 임원 국감증인 신청

박훈상 기자 , 전남혁 기자 , 뉴욕=김현수 특파원

입력 2022-09-26 03:00 수정 2022-09-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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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전세계 없는 법” 반대 여론전
과방위 “이번 국회 처리 속도낼것”
美무역대표부, 적극 대응 방침
한미 통상마찰 새 불씨 우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다음 달 초 시작하는 국정감사에 거텀 아난드 구글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여야가 인터넷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아난드 부사장이 공개 반발하자 국회 차원에서 ‘기선 제압’에 나선 것.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3년째 망 사용료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구글까지 가세하면서 해외 ‘빅테크’ 콘텐츠사업자(CP)들과의 망 사용료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 여야 이견 없어 ‘속도전’
25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아난드 부사장 외에 넷플릭스 미국 본사의 딘 가필드 정책총괄 부사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아난드 부사장은 20일 과방위의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 공청회 직후 유튜브 코리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법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개 반발한 직후 증인으로 신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난드 부사장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내 한 사단법인에서 진행 중인 망 사용료 관련 법안 반대 서명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과방위 관계자는 “한국 국회의 입법 과정에 외국계 기업이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반대 서명 운동을 하는 일은 흔치 않다”며 “이들이 출석에 거부할 것을 대비해 한국 대리인으로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와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법무총괄 등도 각각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라고 했다.

구글이 입법 반대 여론전에 나선 건 한국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해외에서도 관련 법규가 속속 마련될 것이란 우려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앞서 구글, 애플 등 대형 앱 마켓(장터)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세계 최초로 통과·시행시켜 국제적으로 조명을 받은 바 있다.

과방위는 다음 달 국감이 끝나면 망 사용료 관련 공청회를 또 한 차례 열고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과방위 관계자는 “여야 의원 7명이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해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야 모두 이번 국회에서 정리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美 “망 사용료 부과는 미국 기업 차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전기차 보조금 차별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망 사용료 이슈로 한미 통상 마찰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이 한국에 진출한 미국 플랫폼 기업에 차별적인 법안이라며 적극적 대응에 나서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일각에선 “한국이 전기차 보조금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하지만, 한국도 망 이용료 부과 의무화 법안을 ‘넷플릭스 갑질법’으로 부르는 등 특정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이날 USTR가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브라이언트 트릭 미 무역대표부 한국담당 부대표보는 지난달 23일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 2명과 함께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을 찾아 미국 넷플릭스 등을 대상으로 한 국내 통신사들의 망 사용료 납부 요구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USTR가 통상 관련 기관이 아닌 방통위를 방문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움직임”이라며 “넷플릭스, 구글 등에 대한 망 사용료 납부 입법 움직임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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