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움직이는 인공 팔’의 비밀 밝힌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12-02 03:00:00 수정 2019-12-02 09: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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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미래융합포럼’서 연구성과 공개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생각대로 움직이고 느끼는 인공 팔(바이오닉암)’. 오른쪽 사진은 조선 시대에 장영실이 개발한 자동물시계 ‘옥루’를 주제로 한 융합콘텐츠 전시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KIST 제공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 오름테라퓨틱은 7월 주요 투자사로부터 345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시리즈B는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입증 받은 스타트업이 제품 최종 버전을 완성하기 위해 추가로 받는 투자다. 투자 규모는 보통 수백억 원에 달한다.

오름테라퓨틱은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세포 내 질환 표적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약물 전달 기술 ‘오로맙’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암과 희귀 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는 게 목표다.

오로맙의 모태는 김용성 아주대 응용화학생명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원천기술이다. 오로맙은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아예 접근할 수 없던 세포와 조직에 정확하게 약물을 전달하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김 교수는 2016년 8월 오름테라퓨틱 창업에 힘을 보태고 개발한 기술을 이전했다. 김 교수 연구는 생명과학과 화학공학이 결합한 융합 연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 책임연구원은 2014년 ‘생각대로 움직이고 느끼는 인공 팔(바이오닉 암)’ 개발에 착수했다. 팔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위한 연구다. 최혁렬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이 인공 피부 및 근육 개발을, 최영진 한양대 교수 연구팀이 인공 골격 및 관절 개발을 맡았다.

바이오닉암의 핵심 난제는 뇌와 근육의 신경 전달을 제어하는 것이다. 뇌에 전극을 꽂아 신호를 전달하는 뇌기계인터페이스(BMI) 기술과 피부가 느끼는 감각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그러나 BMI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피부 신호 전달은 정교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현재 연구진은 두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생체신호 제어용 신호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함께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오로맙과 바이오닉암은 정부가 21세기 기술혁명과 융합기술을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2011년부터 추진해 온 대표적인 융합연구사업인 ‘STEAM(Science and Technology Enhanced by Liberal Arts and Mission) 연구사업’ 중 각각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어니어’ 사업과 ‘바이오닉암 메카트로닉스 융합기술개발’ 사업의 결과물이다.

이 사업은 기술 중심으로 이뤄지던 융합 연구개발(R&D)을 보완해 전통·인문·예술로 융합을 확대하고 인간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며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종 분야 간 융합촉진사업으로 올해까지 추진됐다.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가 협력하지 않고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9개의 연구과제 분야를 정하고 최대 9년간 안정적인 R&D 예산을 지원했다.

김 교수는 “세포 내부로 항체를 전달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상용화하려면 생명공학뿐만 아니라 임상을 위한 의학, 항체에 약물을 접합할 수 있는 화학공학 등이 융합연구를 해야 한다”며 “특히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어니어 사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 이른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개념으로 장기간 지원이 이뤄져 상용화를 이루기 위한 연구 단계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12월 4일 서울 동대문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리는 제11회 미래융합포럼에서는 그동안 스팀 연구사업으로 지원된 9개의 대표 우수 연구성과가 산학연 연구자 및 일반 국민에게 공개된다. 스포츠과학화 융합연구, 전통문화 융합연구, 과학기술 인문사회 융합연구, 첨단 사이언스교육 허브개발, 민군기술협력 원천기술개발, 자연모사 혁신기술개발, 과학문화융합 콘텐츠연구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융합연구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글로벌 R&D 투자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융합선도연구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 나온 논문이나 특허 데이터 기반이 아닌 미국·유럽연합(EU)이 정부 차원에서 투자한 R&D 과제정보 데이터베이스(DB)에 공개된 8만5147개 과제를 분석했다.

인간 중심의 미래 사회 변화에 필요한 선도적 휴머니티, 도전적 치유, 건강한 노화, 행복한 복지 등 4대 중점 분야와 8대 핵심연구주제를 선정했다. 2021년부터 10년간 총 7295억 원의 사업비가 책정된 이 사업은 내년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이르면 2021년부터 착수된다. 융합선도연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오상록 KIST 책임연구원은 “산업이나 경제 발전, 혁신성장보다는 미래 사회를 모두가 살만한 사회로 바꾸는 과학기술의 근본적인 역할에 초점을 맞춰 융합선도연구개발사업을 기획했다”며 “기후변화처럼 과학기술 발전이 오히려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고 인간 삶의 질 향상이라는 초심에 집중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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