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도 불어닥친 ‘5G 열풍’

황태호 기자

입력 2019-11-08 03:00 수정 2019-11-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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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현대重, 5G로 로봇제어 시연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과 황창규 KT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7일 열린 KT-현대중공업 5세대(5G) 기반 사업협력 성과 발표회에 참석해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음성인식 협동로봇의 시연을 보고 있다. KT 제공

“지니야, 오른쪽으로 10cm만 더 움직여.”

7일 오후 서울 중구 노보텔앰배서더 동대문에서 만난 이용규 KT 5G플랫폼개발단장이 미끈한 곡선의 ‘로봇 팔’에 명령을 내리자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로봇 팔이 정확하게 물건을 옮겼다. 최대 12kg까지 들 수 있는 이 로봇 팔에 살짝 충격을 가하자 “충격이 감지됐습니다”라고 말하며 동작을 멈췄다가 “계속해”라는 명령을 듣자 다시 움직였다.

이 로봇 팔은 사람을 돕는 ‘협동로봇’이다. 일일이 단말기로 명령을 입력해야 했던 기존 로봇과 달리 목소리로 조작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산업용 협동로봇에 KT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음성인식 기능을 더했다. 이 단장은 “한국어 인식률 정확도가 99%”라며 “단순히 명령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공정상 문제 등의 질문에도 답이 오갈 수 있는 대화형 기능을 수행하도록 개발해 내년 하반기(7∼12월)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람 말을 알아듣는 협동로봇은 5G 이동통신이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사례다.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서도 연내 500만 명 이상 가입이 확실시되는 5G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적용 분야도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팩토리를 비롯해 의료·자율주행차·관광·농축산업까지 전 산업을 망라한다.

가장 빠르게 5G가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제조업이다. KT와 현대중공업지주가 이날 선보인 ‘음성인식 협동로봇’과 ‘클라우드 기반 로봇모니터링 시스템’ 등은 중견·중소기업의 소규모 공장까지 스마트공장으로 바꿀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에는 현대자동차와 같은 최소 수천 대의 제조 수요가 있는 대기업 공장에 주로 로봇 공정이 도입됐다. 중소기업은 유선 인프라와 서버 설치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끊어지지 않고 초고속 통신이 가능한 5G 이동통신이 도입되면 유선 인프라도 줄일 수 있고, 서버도 클라우드로 대체할 수 있어 소규모 제조 공장도 로봇 공정을 도입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정상 작동 여부와 제품 불량률을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분석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5G는 2030년까지 10개 산업 분야에서 42조3000억 원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가깝다.

황창규 KT 회장은 “전 세계가 제조업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며 “KT와 현대중공업이 협업해 한국 제조업 성장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이나 항만, 발전 플랜트 현장은 물론이고 사무환경에도 5G는 사고를 줄이거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KT는 현대건설과 협력해 자율운행 로봇을 공사 현장에 투입하고, 3차원(3D) 카메라로 현장을 자동 측정해 지도를 만드는 등 스마트 건설 사업도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도 두산인프라코어와 5G 통신으로 실시간 원격제어가 가능한 건설기계를 개발하고, 부산항만공사와는 크레인 원격제어로 운영효율을 극대화한 스마트 항만을 만들고 있다. SK텔레콤은 한국수력원자력과 5G 기반의 스마트 발전소를 구축하는 한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사무업무 지원 서비스도 내놨다.

이처럼 5G는 산업의 새로운 변혁에 기반이 되고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제조업에선 혁신과 융합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며 “중국 등 후발주자에 뒤지지 않도록 혁신하는 데 있어 5G 기술 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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