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라 불린 게임 개발자, 돌연 사임…충격에 빠진 게이머들

뉴스1

입력 2022-05-19 12:16 수정 2022-05-19 14:1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금강선 로스트아크 총괄 디렉터 (로스트아크 유튜브 캡처) © 뉴스1
글로벌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K-게임’의 대표주자 로스트아크의 금강선 디렉터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을 선언했다. 비록 게임사 창업자도, CEO도 아닌 한 개발자의 사임이지만, 게이머들의 충격은 상당하다.

금 디렉터는 국내 게임업계를 통틀어 게이머들과 ‘직접 소통’하는 유일한 개발자로, 이용자들에게 ‘빛강선’이라는 별명을 얻는 등 큰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게임사와 게이머 간의 소통 방식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로스트아크가 공개한 게임 OST ‘마지막 여정’ 영상에는 금 디렉터의 쾌차를 기원하는 수천 개의 댓글이 게시되고 있는 상황. 동시에 로스트아크를 이끌 후임자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공식적인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로스트아크 이용자 간담회 (스마일게이트 제공) © 뉴스1
◇ 로스트아크 금강선 디렉터 사임

금 디렉터는 지난 15일 진행된 ‘로스트아크(로아) 특별방송’에 출연해 “이번 게임 업데이트는 제가 디렉터로 참여하는 마지막 업데이트가 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사실 1년 전부터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 병원 신세를 졌었고, 수술을 한 차례 받기도 했다”며 “그동안 진통제를 먹고 로아온(이용자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건강 회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로아를 맡고 나서는 아침, 점심, 주말, 저녁에도 온통 로아 생각만 하다 보니 머리가 쉬지 못했던 것 같다”며 “업무량도 만만치 않았고 나름대로 멘탈이 강한 사람이었는데, 은연중에 저도 모르게 압박감, 외로움 등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빠진다고 해서 로스트아크에 흠이 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며 “다음 로아온에서는 더 전문성 있는 새로운 리더십 그룹을 발표하겠다”고 공식 사임했다.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역에 PC 온라인게임 로스트아크 이용자들이 게시한 ‘응원 광고’가 부착돼 있다. 2022.1.28/뉴스1
◇ ‘빛강선’이 누구야?

로스트아크는 지난 2018년 스마일게이트가 출시한 PC온라인 게임으로, 지난 2019년 우리나라 최고의 게임을 가리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통령상인 대상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어 지난 2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로스트아크는 동시접속자수 132만명을 기록하는 대기록을 쓰며 세계에서 사랑받는 대표 ‘K-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로스트아크의 중심에는 ‘빛강선’이라고 불리는 스타 개발자 ‘금강선’이 있다. 사실 한국에선 게임 개발자가 직접 대중과 소통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용자에게 ‘과금’을 지속 유도해야 하는 한국 게임의 특성상, 대중 앞에 나섰다간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로스트아크는 달랐다. 금 디렉터를 중심으로 이용자 간담회 ‘로아온’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이용자 피드백을 수렴하고 있다. 악평 받은 게임 시스템은 깔끔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즉각 업데이트를 통해 반복된 실책을 범하지 않겠다고 사과한다. 금강선이 ‘빛강선’이라 불리는 이유다.

로스트아크가 선언한 ‘매출 17% 포기’는 업계 전체에 상당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금 디렉터는 지난해 12월 “게임 내 아바타 판매량이 21.3배가 늘었다. 돈을 벌었으니 당연히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유료 아이템을 무료 게임 재화로도 이용할 수 있게 전환했다. 게임 전체 매출의 17%를 포기하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 게임업계에 일어난 ‘기적’

‘소통하는 게임’ ‘대답해주는 게임’이 등장하자 게이머들도 반응했다. 로스트아크 게이머들은 지난 1월 금 디렉터의 생일에 맞춰 판교역에 대형 응원광고를 게시했다.

판교역 광고 유치 및 로스트아크 개발팀을 위한 감사 선물(간식·손목보호대·립밤·핸드크림·손소독제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 금액은 총 2600만원. 게이머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대형 응원 광고를 부착한 건 업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엔 게이머들이 자발적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게임사가 이용자들에게 ‘낭만’을 선물해줬듯, 게이머도 ‘낭만’을 선물하고 싶다는 의도에서다.

그렇게 지난해 12월 25일부터 31일까지 1만2000여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기부에 참여했고, 일주일 만에 모인 기부금은 무려 3억원에 달한다. 게임업계는 이를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 “게임은 종합예술…본질 훼손되지 않았으면”


금 디렉터의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에 게임 신규 OST ‘마지막 여정’에는 그를 응원하는 수천 개의 댓글이 게시되고 있다. 한 이용자는 “꿈을 꾸게 해주신 강선이형 반드시 완치하셔서 당신이 만든 아크라시아에서 함께 잃어버린 열쇠를 찾아 나가길 기원합니다. 사랑하고 또 감사했습니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이용자는 “살아서 처음으로 게임을 사람 한 명 믿고 시작했습니다. 늘 완벽했다면 거짓말이지만, 고쳐나가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보여 더 신뢰가 갔습니다”며 “갑작스럽게 건강문제로 은퇴소식을 접하게 되어 안타깝지만, 부디 건강 회복하셔서 이 영광을 오랫동안 누리실 수 있길 바랍니다”고 적었다.

한편, 금 디렉터는 영상 말미에 ‘게임’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로스트아크를 만들 때 제 꿈은 소박했다. 딱 전 세계에서 한 사람이어도 좋으니까 어떤 사람의 ‘인생 게임’이 되는 것이었다”며 “이 목표를 얼마나 이루고 가는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은 물리학, 통계학, 건축학, 역사학, 고고학, 수학, 코딩, 프로그래밍, 아트, 미술, 음악, 연출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서 하나가 됐을 때 감동을 주는 ‘종합예술’이다”며 “게임은 항상 이용자들에게 설레고, 재미를 주는 단어여야 한다. 게임이라는 단어가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