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학폭 미투’, 왜 네이트 판으로만 몰릴까?

뉴스1

입력 2021-02-24 12:48 수정 2021-02-24 16:5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네이트판 캡처 © 뉴스1

“나도 익명의 힘을 빌려 학폭 신고 할까해.”

이는 지난 23일 ‘네이트 판’에 올라온 한 게시글의 제목이다. 익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네이트 판’이 연일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을 대상으로 터지고 있는 ‘학폭 미투’ 사태의 폭로장 역할을 하고 있다.

SNS가 일반화되면서 온라인에서의 발언이 조심스러워졌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네이트판은 익명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으면서 다수의 공감이나 반발 등 의견을 끌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24일 오전 10시 기준 네이트판에는 총 2만6342개의 ‘학폭’ 관련 글이 게시돼 있다. 학폭 피해자들이 잇따라 ‘미투’를 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자신의 소신이나 의견을 게시하는 글들이 파생되면서 학폭과 관련된 게시물이 연일 급증하고 있다. 네이트판 톡톡 내에는 ‘아이돌 학폭’이라는 카테고리까지 생겼을 정도다.

네이트 판은 익명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실명 기반인 SNS보다 의견 개진이 자유로워 지난 2006년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15년째 꾸준히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네이트 판으로의 쏠림현상은 평소 많은 네티즌들이 고부간의 갈등을 토로하거나 부부 또는 연인 간의 관계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등 자유롭게 사연을 공유하는 역할을 했던 다음의 ‘아고라’ 서비스가 지난 2019년 종료되면서 가속화됐다.

또 편향된 정치 성향을 보이는 이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사이트나 맘카페 등은 글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이들이 제한적인 반면 네이트 판은 정치 성향, 특정관심분야 등에 관계없이 더 많은 이들이 모이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실례로 최근 타 커뮤니티사이트에서는 ‘거기(네이트 판)가 선동하기 최적화된 곳’이라는 게시물이 게재되기도 했다. 익명이면서 파급력까지 크다보니 폭로장 역할을 하기에 최적화됐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최근 학폭 미투가 네이트 판에서 집중 폭로되고 있는 상황은 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큰 관심거리다. 지난 19일에는 한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네이트판이 여초(여성 이용자 다수) 사이트라서 폭로가 흥하는 건가’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부 교수(문화평론가)는 “네이트 판은 일반적인 소셜미디어와 다르다.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의 게시판 방식을 따르고 있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살아남은 게시판 공룡’”이라고 표현했다.

이 교수는 “인터넷에 표현하는 것을 ‘미디어’로 볼 수 있다. (네이트 판 등에) 사적인 고발을 하지만 결국 공적인 창구로 나온다. 사적인 경험이 공적으로 전환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네이트 판을 주로 이용하는 20~30대 이용자의 생각과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점을 이번 사태의 주요소로 꼽았다. 이 교수는 “40대 이상의 경우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20~30대는 다르게 받아들인다. 20~30대는 학폭을 조직적인 폭력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도 그렇다. 과거처럼 특정 인물이 싫다는 이유로 한번 싸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은 물론 소셜미디어 내에서까지 집단 폭력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익명 게시판을 통해 학폭 폭로가 잇따르는 가장 큰 이유는 ‘사법적 판단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학폭이 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었으나 최근에는 판례도 등장하는 등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학폭을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