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고로케’에 열광하는 美日… “K팝 듣다가 K빵에 빠져”
이민아 기자 , 김다연 기자
입력 2025-06-09 03:00 수정 2025-06-09 04:15
[30년 내공의 수출 히든카드 K컬처] 〈2〉 K팝에서 만두 그리고 빵까지
낯선 韓음식 두려움 K컬처가 해소
“아이돌이 먹으면 따라 먹고 싶어”
K팝 공연장엔 어김없이 K푸드 시식
지난달 10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 ‘케이콘 저팬 2025(KCON JAPAN 2025)’ 현장에 마련된 비비고 부스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떡볶이·김밥·만두·미초로 구성된 한식을 시식하고 있다. CJ그룹 제공#1 지난달 8일 오후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 거리에 있는 한인마트. 이곳에서 만난 오노데라 히나노 씨(27)의 장바구니에는 잡채용 당면과 고추장 등이 담겨 있었다. 오노데라 씨는 “한국 아이돌 ‘르세라핌’의 팬인데 멤버들이 한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K푸드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오노데라 씨는 한 달에 한 번은 한인마트를 찾아 재료를 사서 집에서 잡채, 삼계탕, 감자탕, 보쌈 등을 만들어 먹는다.
#2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 뚜레쥬르 세리토스점. 사거리를 두고 스타벅스, 맥도널드 등 미국을 대표하는 카페 및 외식 체인점과 경쟁하고 있는 이 매장 내에서 고객들이 ‘김치고로케’ 등 한국식 빵과 음료를 즐기고 있었다. 한국식 빵과 음료 인기가 해외 시장에서 높아지면서 뚜레쥬르 해외 법인 매출은 2021년 851억 원에서 지난해 2116억 원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해외 매장도 미국 인도네시아 등 9개국 560개로 늘었다.
비빔밥 등에 한정됐던 해외 K푸드 인기가 K팝 인기를 타고 잡채, 감자탕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K팝 팬들은 한식을 외식뿐 아니라 직접 요리해 먹는 문화로까지 즐기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농수산물 수출액은 99억8000만 달러(약 13조5700억 원)로, 전년 대비 9% 늘었다. 이는 최근 3년간 수출 성장률의 3배에 가까운 높은 증가율이며 2015년 이후 9년 연속 단 한 차례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 “낯선 음식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린 K컬처”
K푸드가 빠르게 세계 각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K컬처가 있다. 익숙지 않은 한국 음식을 ‘나도 한번 먹어볼까’ 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 K컬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레지나 슈나이더 CJ푸드빌 아메리카 마케팅총괄은 “미국에 진출한 한국 브랜드들은 한류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미국 시장에서 받고 있다”며 “김치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이색 메뉴로 김치고로케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한 K푸드를 보면서 낯선 식감에 대한 거부감이 호기심으로 바뀌는 효과도 있다. 쫄깃한 떡의 식감이 고무같이 느껴져 떡볶이를 찾지 않던 외국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따라 떡볶이를 먹는 일이 생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학부 교수는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입에 넣는 것은 굉장히 두려운 일이지만, 유튜브 등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배우가 먹는 걸 보면 그런 두려움이 극복된다”고 말했다.
경영학계에서도 K푸드의 확산을 문화가 산업의 확장을 이끈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 식품에 대한 사례 연구를 했다. 이 연구를 통해 “K컬처의 세계화로 K푸드가 함께 국제적인 조명을 받았고, 한식 시장의 규모까지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영화·드라마·TV쇼에 K푸드를 적극 활용하고 음악 축제인 케이콘(KCON)에서 K푸드 시식 이벤트를 벌이는 등 글로벌 접점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실제 K팝 공연장에는 K푸드를 소개하는 부스가 빠짐없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 10일 오후 찾은 일본 도쿄 인근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케이콘 저팬 2025(KCON JAPAN 2025)’ 현장에도 떡볶이나 김밥, 라면은 물론이고 팥빙수, 냉면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을 체험하려는 일본인들로 북적였다. 비비고 부스에서 떡볶이, 김밥, 튀김 등 분식을 맛본 야마시타 미사키 씨(29)는 “한국 아이돌 ‘제로베이스원’ 팬이 되면서 감자탕, 부대찌개, 간장게장 같은 한식도 좋아하게 됐다”며 “지금은 한 달에 두 번은 꼭 신오쿠보(일본 한인타운)에 가서 한국 음식을 먹는다”고 말했다.
● 10년간 K푸드 폭발적 성장… 베이커리로 관심
K컬처의 영향력이 확산되는 동안 한국 식품 기업들의 해외 매출은 줄지어 조 원 단위로 올라섰다. 불닭볶음면으로 전 세계를 휩쓴 삼양식품의 2015년 해외 매출은 307억 원이었는데, 약 10년 후인 2024년에는 1조3359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의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이 기간 농심의 연간 해외 매출은 2015년 약 6050억 원(5억50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에서 1조3037억 원으로 뛰었다. 미국 2위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를 인수하기 전인 2018년 6748억 원이었던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지난해 5조5814억 원으로 급증했다. K컬처라는 날개를 단 ‘한식’은 밥, 김치, 만두 등 한국 음식에서 서양에서 즐겨 먹는 빵 등 서양 음식으로 저변을 확장하고 있다. ‘빵 없이 못 사는 나라’ 미국에서 한국식 베이커리가 유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K푸드가 전통적인 의미의 ‘한식’의 영역을 넘어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 K콘텐츠를 통한 잦은 노출과 한국 식품의 높은 품질을 꼽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다 보니 맛뿐 아니라 모양, 색깔까지도 국내 브랜드들은 매우 섬세하게 연구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제품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다”며 “빵의 본고장은 유럽 등 서양권임에도 불구하고 더 맛있게, 예쁘게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K베이커리에 외국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 영화, 드라마 등은 김치, 불고기 등 특정 음식을 넘어 ‘한국인들은 뭘 먹는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낯선 韓음식 두려움 K컬처가 해소
“아이돌이 먹으면 따라 먹고 싶어”
K팝 공연장엔 어김없이 K푸드 시식

#2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 뚜레쥬르 세리토스점. 사거리를 두고 스타벅스, 맥도널드 등 미국을 대표하는 카페 및 외식 체인점과 경쟁하고 있는 이 매장 내에서 고객들이 ‘김치고로케’ 등 한국식 빵과 음료를 즐기고 있었다. 한국식 빵과 음료 인기가 해외 시장에서 높아지면서 뚜레쥬르 해외 법인 매출은 2021년 851억 원에서 지난해 2116억 원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해외 매장도 미국 인도네시아 등 9개국 560개로 늘었다.

● “낯선 음식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린 K컬처”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한 K푸드를 보면서 낯선 식감에 대한 거부감이 호기심으로 바뀌는 효과도 있다. 쫄깃한 떡의 식감이 고무같이 느껴져 떡볶이를 찾지 않던 외국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따라 떡볶이를 먹는 일이 생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학부 교수는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입에 넣는 것은 굉장히 두려운 일이지만, 유튜브 등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배우가 먹는 걸 보면 그런 두려움이 극복된다”고 말했다.
경영학계에서도 K푸드의 확산을 문화가 산업의 확장을 이끈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 식품에 대한 사례 연구를 했다. 이 연구를 통해 “K컬처의 세계화로 K푸드가 함께 국제적인 조명을 받았고, 한식 시장의 규모까지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영화·드라마·TV쇼에 K푸드를 적극 활용하고 음악 축제인 케이콘(KCON)에서 K푸드 시식 이벤트를 벌이는 등 글로벌 접점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실제 K팝 공연장에는 K푸드를 소개하는 부스가 빠짐없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 10일 오후 찾은 일본 도쿄 인근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케이콘 저팬 2025(KCON JAPAN 2025)’ 현장에도 떡볶이나 김밥, 라면은 물론이고 팥빙수, 냉면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을 체험하려는 일본인들로 북적였다. 비비고 부스에서 떡볶이, 김밥, 튀김 등 분식을 맛본 야마시타 미사키 씨(29)는 “한국 아이돌 ‘제로베이스원’ 팬이 되면서 감자탕, 부대찌개, 간장게장 같은 한식도 좋아하게 됐다”며 “지금은 한 달에 두 번은 꼭 신오쿠보(일본 한인타운)에 가서 한국 음식을 먹는다”고 말했다.
● 10년간 K푸드 폭발적 성장… 베이커리로 관심

전문가들은 K푸드가 전통적인 의미의 ‘한식’의 영역을 넘어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 K콘텐츠를 통한 잦은 노출과 한국 식품의 높은 품질을 꼽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다 보니 맛뿐 아니라 모양, 색깔까지도 국내 브랜드들은 매우 섬세하게 연구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제품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다”며 “빵의 본고장은 유럽 등 서양권임에도 불구하고 더 맛있게, 예쁘게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K베이커리에 외국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 영화, 드라마 등은 김치, 불고기 등 특정 음식을 넘어 ‘한국인들은 뭘 먹는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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