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한방원료+익숙한 화장품… 세계 홀린 K뷰티 ‘조선미녀’

이민아 기자

입력 2024-07-10 03:00 수정 2024-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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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유통 中企 구다이글로벌
인삼-바하 섞은 한방화장품 개발
美-유럽 등 100개국 수출 인기몰이
3년만에 年매출 1400배로 껑충


구다이글로벌이 판매하고 있는 화장품 선물세트와 조선미녀 선크림.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국내 중소화장품 유통기업 구다이글로벌의 ‘조선미녀’ 브랜드는 세계 시장에서 K뷰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선두주자 중 하나다. 한국인이 듣기에 다소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미국, 유럽 등 서양에서는 이 이름이 ‘고저스(gorgeous·아주 멋진)’한 인상을 준다고 한다. ‘한방 원료 함유 화장품’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해외 소비자들에게 잘 인식시킬 수 있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조선미녀의 대표 상품인 ‘맑은쌀선크림’은 한 달에 200만 개씩 미국, 유럽, 호주, 인도 등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에서 선크림 가운데 판매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인삼에 ‘바하’ 더하기…익숙함에 한방을 섞었다

한국에는 이름난 대기업에서 만든 한방 화장품 브랜드도 많다. 그런데 서양인들은 대체 왜 그들이 아닌 조선미녀에 열광할까. 9일 서울 영등포구 구다이글로벌 본사에서 만난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는 그 비결로 서구권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성분에 한방 원료 더하기를 꼽았다.

천 대표는 “인삼은 한국에서는 익숙하지만 해외 소비자들에겐 생경하다”며 “서구권 소비자들이 익숙하게 여기는 ‘바하(BHA)’ 성분과 섞어서 제품을 개발하는 식으로 한방 화장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미녀가 처음부터 대박이 난 건 아니다. 조선미녀 매출은 2020년엔 1억 원에 불과했다. 구다이글로벌은 2017년부터 해외 총판을 맡고 있었던 조선미녀 브랜드를 2019년에 인수해 직접 운영해 보기로 했다. 총판을 담당하면서 북미, 유럽 등 꾸준하게 B2C(기업 대 소비자) 박람회를 다니며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이다. 천 대표는 “해외 소비자들이 한방 화장품에 대한 호기심은 있는데 설화수·후 등은 가격이 비싸 주저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 파고들 수 있는 빈틈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수 후 소비자들의 니즈를 간파한 제품은 입소문을 타고 ‘폭풍 성장’했다. 구다이글로벌 매출은 지난해 1396억 원으로 훌쩍 뛰었고 올해는 상반기(1∼6월) 매출이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을 넘겼다. 올해는 매출 3000억 원, 영업이익 1500억 원대 실적을 전망하고 있다.


● “IPO 안 해…빠르고 과감한 의사 결정이 중요”

올해로 37세인 천 대표는 구다이글로벌 지분 97%를, 그의 부인은 2%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 1%는 올해 초 주식을 갖고 싶어 하는 수요를 반영해 직원들에게 매각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기업공개(IPO)를 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는 “IPO를 하게 되면 속도감 있는 의사 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맑은쌀선크림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에서 생산하고 있다. 인디 브랜드를 전개하는 중소기업들은 자체 생산시설이 없어 ODM 회사에 제조를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ODM 회사들이 가진 기술력이 조선미녀 성장에도 도움을 줬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의 성공을 기반으로 K뷰티 인디브랜드를 속도감 있게 인수 중이다. 4월엔 ‘티르티르’를, 지난달에는 색조 브랜드 ‘라카’를 인수했다. 두 브랜드 모두 일본 등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킨1004(스킨천사)’라는 기초 화장품 브랜드 인수도 추진 중이다. 그는 “회사의 성공 비결을 꼽자면 운이 좋았다는 것과, 의사 결정이 매우 빠르다는 점”이라며 “회사가 망하지만 않을 것 같다면 과감한 결정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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