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5% 인상에 노동-경영계 모두 반발…“결정 제도 개선해야”

주애진 기자 , 구특교 기자

입력 2022-06-30 16:56 수정 2022-06-30 20:1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2023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결정됐다. 2022.06.30. 뉴시스

2023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확정됐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290시간 기준) 수준이다. 올해도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현행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진다.
법적 근거 없는 산식으로 인상률 결정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5%의 근거로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올해 경제 지표 전망치의 ‘평균’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 요인인 경제 성장률(2.7%)와 소비자물가 상승률(4.5%)을 더한 뒤 하락 요인인 취업자 증가율(2.2%)을 뺐다는 것이다.

공익위원들은 지난해 심의 때도 같은 산식을 썼다. 최저임금법에는 결정 기준으로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도록 했을 뿐 이 같은 산식을 쓸 근거는 없다.

박 위원장은 “매년 최저임금 결정 기준이 들쭉날쭉해서는 안 된다는 고민이 있었다”며 “가급적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한 산식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사업장 가운데 어느 쪽에 초점을 두고 결정했느냐는 질문에는 “양측의 주장을 모두 고려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충격은 불가피하다”며 “고용 축소의 고통은 중소기업과 저숙련 취약계층 근로자가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치솟는 물가를 생각하면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를 보장하도록 제도 개선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노사 퇴장…개선 목소리 커져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후 인상률이 이번(5%)보다 낮았던 건 5번뿐이었다. 적용 연도 기준으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9월~1999년 8월(2.7%)과 1999년 9월~2000년 8월(4.9%), 2010년(2.7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2.87%)과 2021년(1.5%) 등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간 최저임금이 약 42%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인상률이 결코 작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안정’에 더욱 무게를 둘 수 있었지만 최근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저소득 근로자의 생계 유지를 감안해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매년 노사가 퇴장한 가운데 공익위원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파행적 운영이 반복되면서 최저임금 결정방식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에 노사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되 결정 자체는 전문가 중심으로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경제 여력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금처럼 노사가 단체협약처럼 힘겨루기를 하는 방식으로는 결정된 최저임금의 시장 수용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