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힘들다”…9년 ‘가격 동결’ 오리온, 가격 올릴까

뉴시스

입력 2022-06-24 13:55 수정 2022-06-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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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년 동안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았던 오리온이 올해는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과자의 주원료인 밀가루와 팜유 가격이 큰 폭 오른 데다 최근 원·달러환율이 1300원까지 치솟는 등 원부자재 부담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가격 인상 시기와 인상 폭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 제과업계 중 처음으로 가격 인상에 나선다는 점이 부담스러워 실제 가격 인상은 더 조심스러울 것이라는 예측도 들린다. 오리온은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올 하반기 중에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532억원, 영업이익 108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5%, 6.5% 증가했다.

한국 법인은 원부자재 상승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3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중국, 베트남, 러시아 법인의 영업이익은 6.4%, 18.6%, 6.9% 상승했다.

올 2분기에도 이런 실적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소맥 및 옥수수 가격은 연초 대비 30~40% 상승했고 과자의 주원료인 밀가루, 팜유 가격도 인도네시아·인도 등의 수출 금지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오리온은 최소 3개월 이상 재고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단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에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올 상반기는 미리 비축한 원부자재로 버텼지만 올 하반기에도 곡물 가격과 팜유 상승이 지속되고, 환율까지 오르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해온 해외 법인의 경우 국내 법인보다 매출 압박이 심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국가별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중국 18.9%, 196.1%, 베트남 49.1%, 80.0%, 러시아 103.4%, 150.0% 등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달 매출이 전년 같은 달 대비 18.6% 늘었고, 영업이익은 30.6% 증가했다. 착한 가격 정책으로 인해 높은 판매고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해외법인보다는 실적 하락이 뚜렷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제과업계는 오리온이 7~8월 원부자재 가격 동향을 살핀 뒤 가격 인상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통합 구매 관리와 비효율 제거 같은 원가 관리만으로 수익을 방어하는 것이 더 이상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의 물가 안정 기조가 선뜻 가격을 올리기에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원자재 수급난 해결 및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오리온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롯데제과, 농심, 해태제과 등 경쟁사들도 도미노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윤 정부 들어 처음 과자 가격을 올린 기업으로 오리온이 지목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은 9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시기의 문제일 뿐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3분기 시작과 함께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며 “아직은 효율적 원가 관리를 통해 가격 동결 정책을 유지할 수 있어 원부자재 가격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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