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원 더 씁니다”…기름값 폭등에 화물·택배기사들 한숨

뉴시스

입력 2022-05-13 11:38 수정 2022-05-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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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잡힐 때까지는 이대로 세워둘 것 같아요. 억지로 쉬는 거죠.”

출근 행렬이 이어지던 13일 오전 8시께, 화물기사 김모(47)씨는 서울 마포구 한 주차장에 장기 주차를 등록했다. 주차 등록을 마치고 식당으로 향하던 김씨는 “기름값을 감당하면서 일하려면 추가로 나가는 돈이 100만원이 넘는다. 그냥 쉬는 게 돈 버는 것”이라며 담배 연기를 뱉었다.

경윳값이 폭등하면서 화물·택배 차량 등 경유차를 운행하는 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경윳값은 전년보다 리터당 400원 이상 뛰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3.46원 오른 1956.75원이다. 그제 14년 만에 휘발윳값을 넘어선 경윳값은 연일 역대 최고가를 돌파하고 있다.

택배기사 정모(34)씨도 오르는 경윳값이 야속하긴 마찬가지다. 마포구 한 주택가에서 택배 상자들을 차에서 내려 수레에 쌓던 그는 “경유를 넣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요즘처럼 힘든 때가 없다”며 “주유소 가기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택배기사 김모씨도 “전에는 동마다 차를 세워서 택배 상자를 내렸는데, 이젠 기름 아낄 겸 차를 한쪽에 대놓고 내가 더 많이 뛴다”며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여는 건 기본”이라고 했다.

박귀란 화물연대 정책국장은 “화물차들의 경우 25톤 대형 화물차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월 비용이 200~300만원 가량 추가로 지출되고 있다”며 “운송비도 그만큼 인상되면 다행인데 운송비는 고정이어서 비용만 늘었다. 운송비와 경비가 비슷해져 소득이 거의 남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3월 초만 해도 잠깐 오르고 말겠지 하면서 힘들어도 참는 분위기였는데, 한 달 넘게 지속되니까 아예 일을 쉬는 분들도 생겨나고 있다”며 “그럼에도 한 번 쉬면 운송 계약이 끊길까 봐 단 몇만원 남는 일이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지경”이라고 했다.

치솟는 경유 가격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점도 기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정유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해 국내 기름값도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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