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 못살것 같다”… 광주 아파트 입주예정자, 전면 재시공 요구

정순구 기자 , 광주=이형주 기자

입력 2022-01-14 03:00:00 수정 2022-01-14 15: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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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여부 놓고 건설사와 공방 예상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며 공사 중인 아파트를 모두 철거한 뒤 다시 시공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분양 당시 광주 최고 분양가 단지였던 이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유례없는 사고인 만큼 철거 공사 자체가 위험한 데다 철거에만 최소 1년 이상 걸려 입주자와 건설사 간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사고 아파트 입주 예정자 모임 대표 A 씨는 13일 “화정아이파크 1, 2단지 8개동을 모두 철거한 뒤 재시공하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시공사와 시행사에 보낼 예정”이라며 “입주 예정 자들의 불안이 크다”고 밝혔다. 이날 이용섭 광주시장은 “전문가들과 철저히 점검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건축법에 따르면 아파트 건축 허가권자는 공사 중지와 건축허가 취소 처분은 물론 건축물 해체 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 사고 아파트 허가권자는 서구다.

광주시는 일단 화정아이파크 1, 2단지 전체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해 전면 철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사고가 발생한 201동(2단지)이 23층에서 39층까지 흘러내리듯 붕괴한 만큼 건물 하층부까지 균열과 변형 등 가능성이 있는지 진단하는 게 관건이다. 진단 결과에 따라 △일부 보강 공사 △사고 발생 동만 철거 △단지 전면 철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철거 공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밀 진단에만 최소 3, 4개월이 걸리고 철거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건설사들은 주로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공사를 진행해 신축 중인 초고층 아파트를 철거해본 경험이 없다. 대형 건설사 A사 관계자는 “사고 발생 동만 철거해도 주변 멀쩡한 동까지 균열될 수 있어서 전문 기술이 필요한데 마땅한 업체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 발생 동은 같은 단지 3개동과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돼 폭약으로 한 동만 무너뜨리기도 힘들다.

B건설사의 건축 감리 담당 임원은 “철거를 하면 건물 강도와 도면을 검토해 맨 위에서 1개 층씩 해체해야 해 최소 1년 이상 걸리고, 보통 1개 층을 올릴 때 10일이 걸려 재시공까지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워낙 전례 없는 철거 공사라 철거 기간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파트 계약자들은 입주가 지연된 기간에 따라 보상받는다. 보상 규모는 계약자가 지급한 계약금과 중도금 등에 연체료율(업계 기준 18%)과 지체 기간(일 단위)을 고려해 산출한다. 사고 아파트 지체 보상금은 가구당 하루 평균 약 19만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단지 전면 철거가 결정돼 1, 2단지 아파트 전체 입주가 2년 이상 지연되면 현대산업개발이 부담해야 할 입주 지체 보상금만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거 비용과 재시공 비용까지 합치면 소요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붕괴된 상층부만 철거하고 보강 공사를 하면 입주는 3∼6개월만 지연될 수도 있다.

입주 예정자들이 원하는 대로 전면 철거 결정이 내려지지 않거나 입주가 지나치게 지연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 통상 아파트는 입주가 3개월 이상 지연되면 계약 해지 사유로 본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귀책사유가 건설사에 있다고 판단되면 계약금을 두 배로 배상(배액배상)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2019년 분양 당시 3.3m²당 분양가가 평균 1600만 원으로 광주에서 역대 최고가였다. 경쟁률도 최고 108 대 1이었을 정도로 인기였다. 30평형대(전용면적 84m²)의 경우 분양가는 최고 5억7600만 원, 계약금은 최고 5760만 원 수준이었다.

과거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지어 아파트 명가로 통했던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사고로 불신이 커졌다. 충북 청주시는 이날 현대산업개발이 짓고 있는 가경아이파크 건설현장을 안전 점검했다. 서울 강남구와 강서구 재건축 아파트 조합도 단지명에서 아이파크 브랜드를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정밀 안전진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수습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향후 조치는 실종자 수색이 끝난 뒤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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