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유가, 7년만에 80달러… 수요 느는 겨울, 자원전쟁 ‘전운’

세종=구특교 기자

입력 2021-10-13 03:00 수정 2021-10-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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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 쇼크] 산유국은 뒷짐, 유가불안 부채질
美금융사 “90달러 넘어갈수도”, 中 전력난에 원자재 대란까지
기업 생산비 늘고 물가 뜀박질… 전문가 “공급선 다변화 급하다”



국제유가가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생산비 상승과 원자재 수급난을 우려하고 있다. 6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이는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석유와 가스 수요가 많은 겨울을 앞두고 세계 각국이 원자재 공급 다변화와 수급 안정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 국제유가 최고치, 중국 전력난에 ‘원자재 대란’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전날보다 1.5% 오른 배럴당 80.52달러에 마감됐다. 원유 가격이 종가 기준 8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주요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은 “유럽은 내년 2월까지 석유 공급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수요가 크게 늘어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상승세다. 유럽에서는 최근 에너지 비축분이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LNG 가격이 연초 대비 4배 수준으로 폭등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됐던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증산 속도를 높이지 않고 있는 점도 가뜩이나 불안한 국제유가를 자극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전력난은 ‘원자재 대란’의 예상치 못한 변수로 꼽힌다. 중국은 석탄의 주요 공급처인 호주와의 갈등으로 석탄 수입에 어려움이 큰 상태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내년 2월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탄소 저감 대책을 강화하면서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석탄 공급이 줄어들며 LNG와 석유 등 다른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수요가 늘면서 아시아 지역의 LNG 수요는 지난 10년간 약 50% 증가했다.

○ “원자재 확보 경로 다변화해야”
중국의 전력난, 원자재 가격 급등은 중국에서 주요 부품을 공급받고 수출하는 한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올해 1∼9월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25.3%로 나타났다.

원자재 값이 치솟으며 기업 현장에선 생산비 상승, 수급 차질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 A 씨는 “최근 원자재 값 인상이 견딜 만한 수준을 넘어선 걸로 판단돼 5년 만에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했다. 특히 가격 경쟁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원자재 값 인상에 더욱 취약하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64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가가 상승했지만 납품대금에 전부 반영했다’고 답한 기업은 6.2%에 불과했다.

소비자물가도 불안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2.5% 오르며 6개월 연속 2%대를 유지했다. 정부는 10월 소비자물가가 9월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 가스 등의 수요가 많은 겨울을 앞두고 주요국의 원자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원자재 수입 경로를 다변화하고 자원개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원자재를 특정국에서만 수입할 게 아니라 다변화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안정적인 자원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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