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받은 300만원 명품백…299만원 가방으로 교환 못하는 이유

뉴스1

입력 2021-09-24 08:40 수정 2021-09-2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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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 A씨는 최근 생일을 맞아 가족으로부터 200만원 상당의 버버리 가방을 선물받았다. 하지만 디자인과 제품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함께 받은 구매 영수증을 가지고 가까운 매장에서 더 작고 저렴한 제품으로의 교환을 요청했다. 버버리코리아 측은 “같은 가격 혹은 추가 결제하고 그 이상 가격의 제품으로 교환하는 것만 가능하지, 해당 가격 이하의 제품으로는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 사내 경품 추첨에서 스타벅스 텀블러를 받은 B씨는 사고 싶었던 제품으로 교환하기 위해 제품에 동봉된 교환권을 들고 매장을 찾았다. 그러나 그 제품이 경품으로 받은 텀블러보다 저렴하므로 차액 문제로 교환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B씨는 차액을 포기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지만 매장 직원은 재차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최근 온라인 쿠폰, 기프티콘 등을 이용해 선물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져 구매한 물건을 다른 이에게 전하기가 편리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제품 교환과 관련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약관을 규정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24일 “이 두 가지 상황 모두 약관규제법에서 명시하지 않은 부분을 기업에서 유리하게 해석해, 소비자 불공정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기업에서는 제품을 교환할 때 결제 후 기간 등을 정해놓고 있는데, 일부 기업에서는 추가로 ‘동일 가격’ 혹은 ‘그 이상 가격’의 제품으로 한정하는 규정을 세우고 있다.

물론 구매자 본인이라면 환불하고 다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면 되지만, 기프티콘과 선물 등으로 제품을 양도받은 이들은 차액을 ‘포기’하더라도 더 저렴한 제품으로의 교환은 절대 불가능하다.

이에 강 사무처장은 “약관규제법이 있는 이유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에서 교환 약관을 정할 때, 더 높은 가격의 제품은 추가 결제를 해서라도 교환할 수 있게 하고 그 이하의 제품은 교환을 못 하도록 막는 것은 본인들에게만 유리하도록 약관을 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한 명품 브랜드의 구매 영수증에 적힌 제품 교환 관련 약관. 같은 금액의 제품 혹은 그 이상 가격의 제품에 한해서 교환이 가능하다. (독자 제공) © 뉴스1

다른 전문가들 역시 공통적으로 약관규제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병철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는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약관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선물을 받은 사람이 거래 당사자는 아니기 때문에 선물로 받은 특정 상품을 그 상품보다 저가의 제품으로 교환을 해주지 않는 것만을 두고 이를 약관규제법 혹은 다른 법령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해당 매장에서 구매한 것이 확인된다면 교환 혹은 환불할 수 있는 별도의 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에서 근무했던 황보윤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대표변호사는 “기업에 규제를 하는 것보다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약관을 변경하도록 하는 방향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이어 “결제를 한 거래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차액까지 지불하는 것까지는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차액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에게까지 저렴한 제품으로 교환을 못하게 하는 규정은 다소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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