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자란 먹거리…“신토불이 임산물로 건강 지키세요”

이기진 기자

입력 2021-09-15 03:00 수정 2021-09-1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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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노화-피부미용 효과 뛰어난 밤, 장 손상 개선하고 간에 좋은 대추
치매 예방하는 성분 함유한 곶감… 예부터 차례상 맨 앞자리 올라
산림청, 엄격한 품질 평가 거쳐 ‘케이-포레스트 푸드’ 상표 승인



“수입산과 달리, 우리 임산물을 먹으면 속이 편안합니다. 소화도 잘되고, 건강해지는 것을 느껴요.”

50대 중반 이미순(가명·여) 씨는 소화기관이 약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땅에서 생산된 나물, 버섯 등을 먹으면 항상 속이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요리를 좋아하는 김일규(가명·39) 씨는 주특기가 밤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들을 위해 밤 음료를 자주 만든다. 밤을 삶아 반으로 쪼개 속을 파낸 뒤 우유와 함께 갈아내면 밤라테가 완성된다. 자녀들에게 탄산음료 대신 건강 음료를 자주 해줘 맘이 편하다고 했다.

○ 건강의 파수꾼, 우리 임산물
임산물의 계절이 돌아왔다. 밤, 대추, 호두, 잣, 버섯 등이 본격적으로 수확되는 계절이다. 우리의 임야가 그야말로 ‘먹거리 보석’으로 더욱 풍성해지는 계절이다.

‘가을’, 그리고 ‘추석’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임산물이 밤이다. 밤은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상징한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자식 출세를 기원하며 밤을 손에 쥐여 주었다. 밤은 면역 증강, 심장질환 예방, 항(抗)노화와 피부미용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탄수화물이 많고 단백질, 칼슘, 지방,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부모는 아마 자식 입신양명보다는 건강을 더욱 생각했을 것이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의 영양 공급에 도움이 된다.

다산(多産)을 상징해 예부터 혼례에서 신랑신부에게 던져주던 게 바로 대추다. 대추의 다당류는 장 손상을 개선하며 간 기능 보호에도 효과가 있다. 대추는 수면장애를 개선하는 효과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곶감도 성인병 예방 및 대장암 억제에 효과적인 식이섬유소가 풍부하다. 최근에는 기억력에 관여하는 물질 함량이 많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밖에 오미자, 다래, 돌 배, 산양삼, 표고 등도 마찬가지다.

한양대 이현규 교수(58·식품영양학과)는 “제철에 나는 우리 임산물은 안전성이 확보되고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며 “요즘처럼 건강이 중요할 때 충실한 건강 파수꾼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언제나 반가운, 우리 임산물
예부터 명절 때면 우리 조상들은 정성을 다해 차례상을 차렸다. 차례상 맨 앞쪽에는 당당히 임산물이 배열됐다. 왼쪽부터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 밤 배 감)’로 첫 번째가 대추(棗)요, 두 번째는 밤(栗)이다. 고사리 등 나물도 오른다. 온 가족이 모여 임산물을 나누어 먹으며 조상에 감사드리고 가족의 건강과 번영을 기원했다.

우리나라 산림의 67%는 사유림이다.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인척 중 나무와 임산물을 가꾸지 않는 사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들의 하루하루는 곧 숲을 더욱 건강하게 지키는 활동이다. 숲의 파수꾼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번 명절에도 고향에 가지 못한다면 이들이 생산하는 임산물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내 작은 소비가 산림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준다.

산림청은 올해부터 건강하고 안전한 우리 임산물을 위해 국가통합상표 ‘케이-포레스트 푸드(K-FOREST FOOD)’를 개발, 시범사업에 나섰다. 케이-포레스트 푸드 상표 사용은 엄격한 관리 규정과 체계화된 품질평가 기준을 충족한 임산물에 대해서만 승인한다.

시범사업 대상은 밤, 감, 호두, 대추, 고사리, 표고, 취나물, 도라지, 더덕, 산양삼이다. 매년 10개 품목씩 확대해 2024년에는 40개 임산물까지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상표 사용이 승인된 임산물은 각종 지원 사업에 우선 선정하고 제품 홍보, 상품 기획·포장 디자인을 포함한 상품화를 지원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임업인들이 오랜 기간 열심히 가꿔온 우리 임산물에는 뜨거운 여름을 견뎌낸 건강함이 담겨 있다”며 “올가을에도 우리 임산물로 몸과 마음을 지켜내고 서로에게 따스한 마음을 전달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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