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앞세워 처제 집값 띄운 허위거래 첫 적발

황재성기자

입력 2021-07-22 11:02:00 수정 2021-07-22 11: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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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부동산공인중개사가 자녀와 친인척을 이용해 집값을 띄운 사례가 처음으로 적발됐다. 또 아파트 분양대행사 관계자와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이 자신들의 명의로 아파트를 비싸게 사들인 것처럼 꾸며 값을 높인 뒤 매매한 사례도 확인됐다.

집값이 오를 때마다 민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졌지만 확인되지 않았던, 이른바 허위거래나 자전거래를 통한 ‘집값 띄우기’가 실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충격을 준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경찰청, 국세청 등에 수사의뢰나 탈세혐의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관할지역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이들에게 최대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등을 부과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2·4 대책’ 관련 사업지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내일(23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40일 간 경기와 인천, 지방광역시 등을 대상으로 후보지를 공개모집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오늘(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15차 주택공급 위클리 브리핑’을 발표했다.


● 사실로 드러난 ‘집값 띄우기 거래’


이번 브리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부동산거래 허위신고에 대한 기획조사 결과다.

국토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은 우선 계약 해제 시 해제신고가 의무화된 지난해 2월 21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신고 접수된 71만 여건의 거래 등기부 자료를 전수 조사했다.

이를 통해 거래신고는 있었지만 잔금지급일 이후 60일 지나도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을 하지 않은 2420건을 적발했다. 이런 거래는 ①허위 거래신고이거나 ②계약 해제 후 해제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③정상거래 후 등기신청만 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모두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국토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은 또 지난해 2월 21일부터 올해 2월 21일까지 1년 간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특정인이 반복해 다수의 신고가(新高價) 거래에 참여했다가 해제한 821건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9건의 법령 위반 의심사례를 찾아냈고, 이중 자전거래나 허위신고가 의심되는 12건을 적발했다. 이런 자전거래로 해당 단지의 실거래가가 상승하는 시장교란이 발생한 사실도 확인했다. 또 자전거래가 전국적으로 진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 남양주 A아파트로 자전거래 이후 28건의 거래가 가격이 17%가량 높아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충북 청주 B아파트는 자전거래 이후 발생한 5건의 거래가 54% 높아진 가격에서 이뤄졌다. 경남 창원 C단지도 자전거래 이후 15건의 거래에서 29% 높아진 금액이 유지됐다.





● 처제 아파트를 자녀명의로 사들여 가격 띄웠다



이날 국토부가 공개한 실제 사례를 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자전거래와 허위신고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공인중개사 D는 지난해 6월 2억4000만 원인 처제 아파트를 딸을 앞세워 3억1500만 원에 사들인 것처럼 신고한 뒤 3개월 뒤 해제했다. 이어 2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다시 아들 명의로 해당 아파트를 3억5000만 원에 매수한 것처럼 신고했다. 딸과 아들의 거래는 계약서도 없고, 계약금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 허위거래였다.

그는 이후 지난해 12월 제 3자에게 이 아파트를 3억5000만 원에 매매중개했다. 결국 처제는 1억1000만 원의 이득을 얻은 셈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자전거래(공인중개사법 위반) 및 허위신고(부동산신고법 위반)가 있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자전거래는 경찰청의 수사를 받으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처벌받는다. 허위신고는 관할 지자체를 통해 혐의가 인정되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분양아파트를 자기가 사들여 가격 띄웠다



분양대행회사 E는 보유한 아파트 2채(시세 2억2800만 원)를 지난해 7월 대표에게는 3억400만 원에, 사내이사에게는 2억93000만 원에 매도 신고했다. 모두 계약서도 없고, 계약금이 오가지 않은 허위거래였다. 이어 같은 시기에 해당 아파트 2채를 제3자 3명에게 각각 2억9300만 원에 팔아치웠다. 한 채당 6500만 원씩 차액을 거둔 셈이다.

중개보조원 F는 지난해 9월 당시 시세가 5000만 원인 매도 의뢰인의 아파트를 7950만 원에 자신이 사들인 것처럼 꾸민 뒤 제3자에게 다시 7950만 원에 팔았다. 2950만 원의 차익을 올린 것이다. 그는 허위거래와 자전거래 의심을 받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계약을 해지하며 돌려받은 위약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적발됐다. 지난해 11월 계약금 6500만 원을 받고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던 G씨는 매도인 H가 계약해지를 요청해와 승낙한 뒤 위약금으로 1억3000만 원을 받았다. 6500만 원의 소득이 발생한 셈인데, 기타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소득세법을 위반한 것이다.


● ‘2·4 대책’ 사업지 민간공모 받는다



한편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2·4 대책’ 등 정부가 추진 중인 도심 공공택지 복합사업 등에 필요한 토지 확보를 위해 민간 공모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동안 관련 사업 후보지는 해당지역 지자체가 제안한 부지에 대해 사업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후보지로 선정됐다.

대상지역은 서울을 제외한 경기와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등 지방 광역시이다. 신청 자격은 지역주민(토지등소유자)나 민간사업자가 사업구역을 설정한 뒤 해당구역의 토지등소유자의 10% 이상 동의를 확보한 경우로 제한된다. 기간은 내일(23일)부터 8월 말까지이고, ‘3080+통합지원센터’에 신청서를 내면 된다. 후보지 결정 및 발표는 9월 말로 예정됐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2·4 대책’ 등 정부가 도심 공공사업을 통해 추진할 택지 확보가 쉽지 않자 민간에 손을 벌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건설동향브리핑’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포함한 공공 주도 주택공급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2·4 대책에서 제시된 도심 공공주택 사업지의 경우 전국 52곳 중 27곳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 서울 방학역, 쌍문역, 덕성여대, 연신내역 개발 빨라진다



국토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런 분석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 근거로 최초 후보지 발표 이후 평균 2~5년에서 걸리는 지역주민 3분의 2 동의 확보 절차를 3~4개월 만에 끝낸 곳이 8곳이나 된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과 수색14구역, 불광1구역 근린공원, 도봉구 쌍문역 동측에 이어 최근 한 달 새 도봉구 방학역, 쌍문역 서측, 쌍문1동 덕성여대, 은평구 연신내역 등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주민 3분의 2가 동의하면 본지구로 지정돼 사업 추진이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국토부도 8곳은 관련 법이 시행되는 9월21일에 예정지구로 지정한 뒤, 지자체 협의 등을 거쳐 이르면 올해 11월부터 순차적으로 본지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또 주민 10% 이상 동의지역도 최근 한 달 새 9곳이 추가돼 모두 30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도심 내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사업들은 높은 주민동의와 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며 “앞으로도 민간공모 등 계획한 공급 목표를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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