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착한 소비 하자”… 비건 상품 선물 10배 껑충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4-13 03:00 수정 2021-04-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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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서 선물 거래액 10배 늘어
카카오 판매 비건 상품 5배 증가
‘동물 희생없는’ 가방-화장품 화제
“MZ세대 가치소비 공유 심리 커”


올 2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지하 2층에 문을 연 클린뷰티 편집숍 ‘비클린’. 동물 실험을 하지 않거나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클린뷰티 브랜드 30여 개가 입점해 있다. 각 사 제공
채식주의자인 최서윤 씨(24·여)는 최근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은 ‘비건(vegan)’ 핸드크림 세트를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친구에게 보냈다. 이 핸드크림은 꿀, 우유 같은 동물성 성분을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포장재까지 자연에서 분해되는 종이로 만들어져 친환경 소비를 하는 이들에게 인기 있다. 선물을 받은 친구는 이틀 뒤 “네 덕에 착한 소비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최 씨는 “비건의 가치를 실천하고 공유할 수 있어서 비건 제품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최 씨처럼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비건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치소비’를 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비건 제품을 선물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가치소비는 친환경 등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는 소비를 말한다. 12일 네이버쇼핑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거래된 비건 상품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약 1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비건 제품의 주문량도 전년 동기 대비 8배가량으로 늘었다.

선물용 비건 제품은 식생활뿐만 아니라 뷰티, 패션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가고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코너에서 판매된 비건 상품 수는 올 3월 기준 80여 개나 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같은 비건 선물 문화가 대중에게는 생소했던 채식주의를 확산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가 비건 상품을 선물하는 행위는 기업의 견본품 제공과 비슷한 효과를 지닌다”며 “비건이 아닌 소비자들에게도 비건 제품을 체험할 계기를 마련해줌으로써 체험에 만족한 이들이 재구매를 하거나 지인에게도 선물을 하는 연쇄적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 ‘멜릭서’의 아가베와 시어버터로 만든 립밤. 각 사 제공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해 있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 ‘멜릭서’의 립밤은 동물성 재료 대신 식물성 재료인 아가베와 시어버터로 만들어졌다. ‘동물의 희생 없이 좋은 가방을 만든다’는 구호를 내건 브랜드 ‘프록시엘’의 닥나무 껍질과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비건 토트백도 인기를 얻고 있다. 구매자들은 인터넷에 “비건 가죽이란 점이 마음에 들었는데 만져보니 명품 못지않다” “남자친구 선물로 구매했는데 정말 좋아했다”는 리뷰를 남겼다.

국내 최초 비건 인증을 받은 나뚜루의 아이스크림 2종. 각 사 제공
비건 식품도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 같은 디저트로 다양화되고 있다. 롯데제과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는 지난해 5월 국내 최초 비건 인증 아이스크림 2종(코코넛 파인애플, 캐슈넛 바닐라)을 내놓은 뒤 이 제품을 약 23만 개 판매했다. 올 3월 신제품인 퓨어 코코넛을 추가해 총 3종의 비건 아이스크림 라인업을 갖춘 뒤 비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닥나무 껍질 등 비동물성 소재로 가방을 만드는 비건 패션 브랜드 ‘프록시엘’의 가죽 가방. 각 사 제공
아예 비건 제품들을 모아 파는 ‘비건 편집숍’도 생겼다. 올 2월 문을 연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클린 뷰티 브랜드 편집숍 ‘비클린’에는 클린 뷰티 브랜드 30여 개가 입점해 있다. 동물 실험을 진행하지 않는 호주 화장품 브랜드 ‘케빈머피’가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친환경, 비건 등 윤리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가 떠오르고 있어 클린 뷰티 콘셉트의 편집숍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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