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업무 공간, 자연과 가까울수록 집중력 높아진다”

김윤진 기자

입력 2021-04-07 03:00 수정 2021-04-0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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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과 삼성은 왜 ‘빌딩숲’ 사이에 ‘숲빌딩’을 만들었을까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들어서는 아마존 ‘헬릭스(Helix)’ 제2본사(위 사진)는 수천 종의 식물을 조경에 활용할 예정이다. NBBJ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이전에도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인생의 92%를 실내에서 보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집콕’ 기간이 길어지면서 실내 체류 시간이 더욱 늘어났다. 앤서니 클로츠 미국 텍사스 A&M대 메이즈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런 변화가 인간이 자연과 가까워지길 원한다는 ‘바이오필리아 가설(Biophilia hypothesis)’에 비춰 볼 때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인간은 오래도록 자연과 밀접한 관계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자연의 구성 요소들과 접점을 유지하려는 본능을 가진다. 그리고 이런 내재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취약해지고 공격적인 성향을 띠게 되며, 이는 업무 성과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터가 어떻게 바뀌어야 내근 사무직 직장인들이 겪는 문제가 완화될 수 있을까? 클로츠 교수는 고용주들과 관리자들이 회사에 자연의 요소를 녹여 넣은 바이오필릭(Biophilic) 사무실을 설계하고, 원격 근무자들도 틈틈이 외출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직원들이 회의나 통화를 할 만한 근사한 야외 공간을 만들거나, 커다란 창을 통해 바깥 경관이 보이도록 하거나, 날씨가 좋을 때 산책과 야외 작업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허물고 점점 더 자연친화적으로 진화하는 업무 공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1년 4월 1호(318호)에 소개된 클로츠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코로나19 이후 바이오필릭 업무 공간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변했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삼성 반도체 R&D본부는 3개 층마다 각각 따로 정원을 조성하는 등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채택했다. 삼성 홈페이지 제공
“수요가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가 공기 중 감염 바이러스에서 비롯된 만큼 사람들이 팬데믹 이후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에 굉장히 민감해졌다. 그런데 기존의 실내 업무 공간은 직원들이 원하는 수준의 청정한 공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건물 내에 더 많은 실외 공간을 조성하고, 공기 정화 식물을 업무 환경으로 들여와 실내 공기 질을 높이는 데 기업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원격 근무가 일상화되고 있는데도 고용주들이 여전히 사무실 환경 개조에 관심을 가지나.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일부는 감염병 이전의 ‘노멀’로 복귀하려 시도할 것이고, 일부는 100% 원격 근무로 전환할 것이며, 일부는 기존 사무실 디자인을 재구상할 것이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세 번째 부류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자연친화적 공간이야말로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을 갈구하는 직원들을 다시 일터로 돌아오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바이오필릭 욕구를 잘 충족시키는 업무 공간의 사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새로 지어진 삼성의 10층짜리 연구개발(R&D)본부가 좋은 예다. 이 건물에는 3개 층마다 직원들이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는 ‘정원 층(Garden floor)’이 있다. 누구나 적어도 한 층만 계단으로 이동하면 야외로 나갈 수 있다. 또 미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동원해 자연에 깊숙이 빠져들 기회를 제공한다. 직원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회의 중간에 정원 층을 걸으면서 주변의 자연 요소들을 감각적으로 즐길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업무 성과에 미치는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

―자연과의 직접 접촉이 간접 접촉보다 더 효과적인가.

“당연히 자연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때 직원들의 기분이 더 좋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미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의 ‘스피어(Sphere)’ 본사는 이 때문에 유리로 된 원형 건물 내부에 수천 종의 식물을 심었다. 바이오필릭 개념을 완전히 수용해 건물이 열대우림인지 사무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생태친화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내부에 정글, 현수교, 수족관까지 있다.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아마존의 제2본사 ‘헬릭스(Helix)’의 디자인은 더 어마어마하다. ‘버티컬 포레스트(수직 숲)’를 표방하는 디자인인 만큼 버지니아 블루리지 산맥의 하이킹 코스를 형상화하기 위해 이 산에서 서식하는 식물종을 모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근로자의 업무 성과를 높인다는 것이 입증됐나.

“업무 생산성과 관련된 연구들은 일터에서 자연과 접촉할 경우 업무 집중력이 높아지고, 피로가 완화되고, 타인의 의견을 잘 수용하고, 더 활력을 느낀다는 결과를 뒷받침한다. 근로자들이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지적, 감성적, 친사회적, 신체적 에너지를 얻게 된다는 얘기다. 과거 연구들은 자연과의 접촉이 결핍된 사무 환경이 직무에 대한 불만, 번아웃 증상과 같은 성과 저하, 비생산적인 행동과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점을 입증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주도하는 세계에서는 초연결성, 멀티팀, 원격근무, 애자일 방법론 등이 직원들의 몸과 마음을 디지털 영역으로 몰입시키기 때문에 디지털화한 직무에서 오는 영향을 상쇄하려면 자연과의 접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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