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마다 ‘출입 명부’ 제각각… ‘신분증 확인’ 놓고 곳곳 혼선

황태호 기자 , 사지원 기자

입력 2021-02-26 03:00 수정 2021-0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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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작성시 신분증 대조가 원칙
“고객 불쾌” 우려에 현장선 안지켜
지침엔 없는 미성년에 등본 요구
일부 매장선 과잉 적용 논란


“신분증은 왜요?”

김모 씨(65)는 지난 주말 지인들과 등산을 한 뒤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매장을 찾았다가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휴대전화 사용이 서툰 김 씨가 QR코드 체크인 대신 수기로 명부를 작성하겠다고 하자 직원이 신분증을 요구했기 때문. 직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규정”이라고 했지만 김 씨는 “외식업체뿐 아니라 공공시설에서도 신분증까지 보여준 적은 없다”며 불쾌해했다.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가 23일 아이와 함께 화재를 피해 스타벅스를 방문했다가 QR코드와 신분증이 없어 입장하지 못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핵심 방역지침 중 하나인 ‘출입자 명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기 작성 시 신분증 확인이 현실성이 떨어지다 보니 다수 업장에서 아예 사문화된 반면 일부에선 과잉 적용되며 혼선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같은 ‘고위험시설’뿐만 아니라 식당, 카페에서도 출입명부 작성을 의무화했다. 또 11월부터는 2세대(G) 휴대전화 이용자와 단기체류 외국인, 휴대전화 미소지자는 신분증과 대조 후 수기명부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적용은 제각각이다. 25일 오전 기자가 방문한 서울 마포구의 한 유명 카페에선 매장 취식임을 알렸지만 QR코드 체크를 요구하지 않았다. 앞뒤로 줄을 선 구매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카페 점원은 “출근시간대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며 일일이 확인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반면 방역 지침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영유아를 포함한 미성년자에게 주민등록등본 등을 요구하는 등 규정을 과잉 적용하는 곳도 있다. 등본을 통한 신분 확인 방식의 근거는 방역지침에 없다. A 씨는 6세 아이와 함께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찾아 QR 체크인을 했지만 아이 등본이 없다는 이유로 입장이 거절됐다.

신분증 확인의 실효성 자체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9월부터 수기명부에 이름이 아닌 거주지를 시군구까지 명시하도록 바뀌면서 신분증으로 명부의 신뢰성을 파악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지만 규정은 그대로 남아 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가 최소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측면이 있지만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제도상 허점은 보완해가겠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사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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