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올해 10명 사망… 정부 “업체 4곳 긴급점검”

송혜미 기자 , 변종국 기자

입력 2020-10-20 03:00 수정 2020-10-20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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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한진택배 등
산재 제외 신청, 대리 작성 확인
CJ대한통운 “카톡 사전동의 받아”
정부, 직권 취소… 전수조사 방침


19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책위는 사망한 택배기사 김모 씨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한진택배의 사과와 보상,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정부가 택배기사에 대한 택배회사의 안전보건 조치 상황을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과로사로 보이는 택배기사의 사망 사고가 연이은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또 회사 측이 택배기사들의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대리 작성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신청서를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과로 등 택배기사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 긴급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점검 대상은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4곳이다. 정부는 이들 업체의 주요 터미널 40곳과 대리점 400곳을 점검할 방침이다. 정부가 앞서 점검에 나선 쿠팡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달 12일 한진택배 소속 택배기사 김모 씨(36)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나흘 전인 8일 새벽 “너무 힘들다. 물량 일부를 받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동료 기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모 씨(48)는 8일 배송 업무 도중 호흡곤란과 가슴통증을 호소하다가 숨졌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10명의 택배기사가 사망했다.

정부는 김 씨의 것을 포함해 CJ대한통운 측이 대필한 것으로 확인된 택배기사들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직권으로 취소했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업무 중 숨진 김 씨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필체가 본인 것과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고용부와 근로복지공단은 16일과 18일 이틀간 CJ대한통운 송천대리점을 현장 조사한 결과 모두 9명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세무대리인이 대신 작성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구두로 동의했더라도 신청서에 자필 서명이 없으면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노동자(특고)들은 기업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재보험 적용을 제외해 달라고 스스로 신청할 수 있다. 보험료 부담을 꺼리는 기업들이 이를 악용해 특고에게 산재 적용 제외 신청을 강요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CJ대한통운 측은 “산재보험은 택배 대리점과 택배기사들 간의 일로 CJ대한통운이 관여하는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서명을 대신 한 부분은 있지만 신청서 작성을 강요한 것이 아니고 카카오톡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진택배 측은 “사망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이 났고 평소 다른 택배기사에 비해 적은 200박스 내외 물량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고용부와 공단은 택배기사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전수 조사하고 제외 신청 과정에 사업주의 강요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송혜미 1am@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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