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통신비 지원 ‘트로이목마’인가…정부도 ‘뒤숭숭’

뉴스1

입력 2020-09-16 11:32 수정 2020-09-1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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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통신사 매장 앞. (자료사진) 2020.9.14/뉴스1

“통신비 2만원 지원 취지는 잘 압니다만…추경이 그만큼 늦어진다고 생각하니 참 애탑니다.”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을 놓고 정부 관계자들이 말없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가 여당과 함께 내건 ‘추석 전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약속이 이번 통신비 지원을 둘러싼 논란에 따라 멀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제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편성된 ‘긴급피해지원 패키지사업’ 유관 부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차 재난지원금의 추석 전 지급은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힘들어진 분위기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2차 재난지원금 집행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달 30일 시작되는 추석 연휴보다 먼저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은 최대 200만원의 ‘소상공인 새희망자금’과 현금 20만원의 ‘아동 특별돌봄 지원비’가 전부다.

예를 들어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은 추석 이후인 10월에 차감되는 것으로 계획이 잡혔다.

특수형태고용종사자(특고)·프리랜서 한 명당 150만원을 주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도 신규 신청자라면 아무리 빨라도 11월에 지원금을 일괄 지급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저소득 취준생에게 주는 ‘청년 특별구직지원금’ 역시 추석 이후 지급되는 사례가 많을 전망이다. 정부가 오는 25일 문자로 통보할 1차 신청 대상자가 아닌 경우에는 오는 10월 중순부터 열리는 2차 신청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계획됐기 때문이다.

◇2차 재난지원금, 뚜껑 열어보니 ‘추석 후’ 대다수…왜?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의 ‘트로이의 목마’가 된 양상이다.

당초 여당 지도부는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이 비대면 통신 수요가 늘어난 국민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보고 추경안에 관련 사업을 반영했다.

그러나 현재 통신비 지원은 ‘추경안 심사 지연’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통신비 지원을 둘러싼 여야 격론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조짐인 데다가, 여권 안에서조차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야가 통신비 지원안 등 협의를 위해 오는 22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며, 이미 지원금 지급 일정은 당초 정부 계획보다 사나흘 정도 늦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여당은 오는 18일까지 심사를 마무리한 뒤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간사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이 같은 일정으로 추석 전 지급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부로서는 예정보다 2~3일 정도 지체되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추경 통과 당일에라도 곧바로 집행에 착수할 수 있으므로, 지체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들 “심사 지연에 초조…‘선택과 집중’ 하겠다”

이에 추경안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주요사업 소관부처에선 “추경 심사가 더 늦춰지는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 국민 통신비 2만원의 취지는 잘 알고, 혹시나 심사가 지연되는 사태를 고려해 철저히 준비에 임하고 있다”면서도 “통신비를 둘러싼 논란으로 추경이 그만큼 늦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사실 초조한 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원래 정부는 추경안이 이번주 통과된다는 전제 아래 추석 전 사업을 집행 개시하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 여야 합의에 따르면 일정에 사나흘 정도 차질이 생겼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추석 연휴 전까지 지급하기로 한 사업 준비에 초점을 맞추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집행 가이드라인에서 추석 전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힌 사업은 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도록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상정하기 싫은 최악 시나리오는 여야가 22일까지도 추경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이 될 가능성은 높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평가다.

야당은 빠른 추경 심사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얼렁뚱땅’ 심사만큼은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추석 전 지급에 관한 시급성에 대해 정부·여당의 요청이 있었고 저희들도 코로나 상황이 엄중하기에 가급적 신속히 심사에 임하겠다”면서도 “그렇다고 얼렁뚱땅 할 수는 없다. 만약 합의가 최종 지연되면 그만큼 본회의 절차도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18일까지 추경을 통과시켜달라고 하는데, 심사도 안 하고 어떻게 2~3일 만에 통과를 시킬 수 있느냐. 말도 안된다”면서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지적한 통신비 2만원 지급을 철회하거나 몇 가지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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