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알바 나선 카페 사장님 “투잡 뛰더라도 위기 넘을 것”

이소연 기자 , 이지윤 인턴기자 연세대 UIC경제학 졸업, 김윤이 인턴기자 연세대 계량위험관리 4학년

입력 2020-09-16 03:00 수정 2020-10-0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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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코로나’ 극복 몸부림

14일 오후 대전 유성구의 한 배달대행업체 사무실 앞에서 김모 씨가 오토바이 배달통에 배달 음식을 싣고 있다. 1년 반 전 개인 카페를 오픈한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매출이 급감한 6월부터 오전엔 카페 사장, 오후엔 배달 라이더로 투잡을 뛰고 있다. 김모 씨 제공
“10분 내로 가겠습니다. 지금 출발합니다.”

13일 오후 2시 반경 대전 유성구의 한 배달대행업체 사무실 앞. 잠시 땀을 닦으며 숨을 고르던 김모 씨(38)는 전화 한 통을 받자마자 곧장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10분 거리에 있는 중국음식점에서 요리를 받아 배달하기 위해서였다.

김 씨의 원래 직업은 ‘카페 사장’이다. 지난해 초 20석 규모의 개인 카페를 차렸던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운영에 애를 먹다가 결국 6월부터 ‘투잡(two job)’에 나섰다. 오전엔 카페를 잠시 돌보다가 오후부터 밤까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수많은 자영업자를 고통에 빠뜨렸다. 임대료는 물론이고 인건비도 낼 처지가 못 되자 폐업한 업소도 부지기수다. 그 와중에 어떻게 해서라도 가게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다른 일을 해서라도 적자를 메우려는 주인이 많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 위기를 탈출할 출구를 찾고 있는 업소들도 있다.

○ “모든 걸 쏟아부은 가게, 지키고 싶다”

김 씨가 현재 하루 배달하는 건수는 평균 30건. 일당으로 치면 10만 원 안팎을 벌고 있다. 김 씨는 올 초만 해도 알바 직원을 7명이나 뒀을 정도로 잘나가는 카페 사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손님 발길이 끊긴 뒤 직원들을 한두 명씩 내보내고 이제 1명만 남았다. 폐업까지 고민했던 그는 “결혼자금으로 2년간 모았던 밑천을 카페에 모두 투자했다. 내 인생이 담긴 가게를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다”고 했다.

8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54만8000여 명. 6개월 전과 비교해 12만8000여 명(2.2%)이 줄어들었다. 이 와중에 직원도 없이 ‘나 홀로’ 매장을 꾸려나가는 자영업자 수는 4만7000명(1.1%)이나 늘었다.

대전에서 국제결혼중개업체를 운영하는 임용묵 씨(36)도 3월부터 사무실에 ‘임시휴업’ 팻말을 내걸었다.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감편되면서 중개 수입이 뚝 끊겼다.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사무실 임차료와 공과금 비용만 200여만 원에 이른다. 주변에 내로라하는 100평 규모의 경쟁업체도 폐업했을 정도로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임 씨는 폐업 대신 ‘스리잡’을 택했다.

낮엔 만삭인 아내를 돌봐야 하는 그는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진 배달 알바를 하고 있다. 한 달에 이틀은 인근 군부대에서 방역소독 일을 돕는다. 임 씨는 “베트남 출신인 아내가 나만 믿고 한국에 왔는데, 어떻게든 가족을 돌보고 사업도 번듯하게 키워 가고 싶다”고 했다.

○ 비대면 주문 급증을 기회로 삼다

매장 매출이 급감한 뒤 살길을 찾으려 ‘자구책’으로 만든 온라인 판매처에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강원 철원에서 사과와 벼농사를 짓는 이송미 씨(46·여)는 코로나19로 농작물을 내다파는 대형 오프라인 장터가 문을 닫으며 살길이 막막해졌다. 유일한 판로가 닫히자 이 씨는 다른 농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심 끝에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열어 보기로 했다. 인근 지역 농민들과 함께 운영하던 온라인 카페에서 직거래 판매를 시작한 것.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온라인에 제품을 소개하자 며칠 만에 주문 요청이 70개 이상 이어졌다. 이달 19, 20일 이틀간 열리는 드라이브스루 장터엔 벌써부터 40여 명이 방문하겠다며 예약해뒀다. 이 씨는 “자식처럼 키운 농산물이 창고에서 썩게 생겨 너무 괴로웠다”며 “온라인으로 홍보해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판매하면 어떨까 싶어 시도해봤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선 매장 매출이 급감하자 셰프가 직접 ‘집콕족’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요리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렇게 조리된 음식 사진을 게재한 뒤 포장 판매했는데 연일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장 임모 씨는 “월 임차료라도 어떻게든 마련하려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밤낮없이 음식 포장하느라 몸은 바쁘지만 감사할 따름”이라며 웃음 지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해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폐업과 휴업을 가르는 건 미래 회복에 대한 의지”라면서 “피땀으로 일궈낸 일터를 지켜내려는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해 전기 및 수도료 감면 등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이지윤 인턴기자 연세대 UIC경제학 졸업

김윤이 인턴기자 연세대 계량위험관리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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