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분노에 놀란 정부, 다주택자 증세안 먼저 내놓기로

세종=주애진 기자 , 최혜령 기자

입력 2020-07-10 03:00 수정 2020-07-10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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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부동산 대책]10일 부동산 세제 강화안 발표

당정청, 부동산 대책 막바지 조율 당정청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회의를 열고 10일 발표할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막바지 의견 조율에 나섰다. 왼쪽 사진부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6·17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정부와 여당이 추가 대책을 내놓는 건 그만큼 느끼는 중압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정은 원래 부동산 세제 강화안을 주택 공급 방안과 함께 다음 주쯤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급격하게 나빠진 여론을 잠재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10일 당장 입법 절차가 급한 세제 강화안부터 먼저 내놓는 쪽으로 선회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과 정부는 현 부동산 상황에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비상한 각오로 투기를 근절하고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당의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청은 전날 비공개 회의를 열고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과 함께 부동산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해진 여당이 지난해 내놓은 12·16대책보다 훨씬 강도 높은 방안을 주문한 만큼 상당한 수준의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기타 세금이 전반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여당이 기존에 예고한 것처럼 다주택자의 부담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늘어날 수 있다.

당정이 일정을 앞당긴 건 6·17대책 발표 이후 악화된 여론이 다주택을 보유한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에게까지 번지면서 ‘부동산 위선’ 프레임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놀란 민주당과 정부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국회의원과 공직자들이 주택을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도록 극약 처방까지 내렸지만 실수요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이라도 먼저 발표해 이를 누그러뜨려 보겠다는 것이다.

7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려면 관련 세법 개정안 발의를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의사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주 안에 발표하고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면서 “원래는 세제와 다른 제도를 합해 패키지 발표를 검토했지만 일단 (세제 관련) 입법 사안부터 처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13일로 예정된 한국판 뉴딜 발표 이전에 세제 대책을 마무리하자는 의견도 반영됐다.

이번에 발표될 대책의 핵심은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늘려 집을 팔도록 하는 쪽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종부세 최고세율을 6% 안팎으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0.6∼3.2%의 종부세율을 적용받는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에서 이 세율을 0.8∼4.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최고세율 4%도 부족하다고 보고 더 끌어올리는 것이다. 최고세율이 바뀌면 하위 과표 구간의 세율도 줄줄이 올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당초 거론됐던 종부세율 과표 구간을 현재 6개에서 더 세분화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을 예정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와 양도세 등도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다주택자에게 현재 최대 62%(20%포인트 중과 시) 적용되는 양도세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양도세 부담이 더 커지면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양도세를 올리면서 시행시기를 늦춰 다주택자들이 그 전에 집을 팔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017년 8·2대책 때도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최대 20%포인트까지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행은 이듬해인 2018년 4월로 정했다.

다주택자의 절세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비판받은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각종 세금 혜택을 줄이는 방안도 포함될 예정이다. 1주택자라도 집을 산 지 1년이 지나지 않아서 다시 팔 때 적용하는 양도세율은 현행 40%에서 60%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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