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결제 날개까지 달고… ‘페이의 역습’ 시작됐다

김동혁 기자

입력 2020-07-10 03:00 수정 2020-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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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금융위 “내년부터 50만원 안팎” 가닥

기존 금융권과 빅테크, 핀테크 기업 간의 이른바 ‘페이(pay) 전쟁’이 내년에 본격적인 2라운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금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에 더해 앞으로는 신용카드처럼 잔액이 없어도 ‘후불결제’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자들의 소액 후불결제 한도를 50만 원 안팎으로 잠정 결정했지만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페이’로 급속히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를 두고 “기존 금융권과 정보기술(IT)기업 간의 경쟁이 한층 과열될 것”이라며 “한마디로 ‘페이의 역습’이 시작된 상황”이라고 했다.

○ “후불결제 한도 50만 원 안팎으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페이’의 소액 후불결제 한도를 50만 원 내외로 잠정 결정했다. 금융당국은 여신업계, 하이브리드 체크카드(평소에는 체크카드처럼 활용하다 잔액 부족 시 제한적으로 후불결제 가능), 통신사의 후불결제 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형평성에 방점을 두고 이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빅테크와 핀테크 업체 등은 소액 후불결제 허용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현재 시행 중인 간편결제 서비스는 고객이 미리 현금을 충전하면 사용할 때마다 차감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충전 한도는 최대 200만 원. 이용액이 나날이 늘어 가고,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사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잔액이 부족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전자금융법을 고쳐 이르면 내년부터 간편결제 시에도 신용카드처럼 후불결제가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고객이 먼저 결제하면 미리 등록해둔 계좌를 통해 대금이 이체되는 식이다. 관건은 후불결제 한도다. 애초에 100만 원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카드업계가 대거 반발했다. 신용카드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체크카드의 한도가 30만 원, 통신사 후불결제 한도가 60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다.

○ 페이 전쟁 본격화, 금융회사 반격 나설까
대형 IT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 외에 핀테크와 유통기업까지 뛰어들면서 페이 전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막강한 고객데이터를 확보하며 월 이용자가 2000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현재 계좌이체는 물론 소액 증권투자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네이버페이도 매월 구매금액에 따라 최대 5%까지 적립해 주는 식으로 고객을 끌어모았고 ‘네이버 통장’을 이용할 경우 전월 결제 실적에 따라 최대 연 3%의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유통기업 중에서는 신세계 그룹의 ‘SSG페이’, G마켓·옥션의 ‘스마일페이’, 쿠팡의 ‘쿠페이’가 간편결제 대표주자다. 이에 따라 ‘전통의 강호’ 카드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일단 KB금융은 ‘KB페이’로 시장에 뛰어들며 반격에 나설 채비다. 이르면 올 9월 운영될 KB페이를 통해 고객이 보유한 국민은행 계좌, 체크카드를 연결해 결제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신한카드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선 상황이다.

핀테크에 대한 비판과 견제도 높아지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위가 노골적으로 핀테크 업체에만 힘을 실어주려 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권이 더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당국 관계자는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이 자신들의 강점인 플랫폼을 내세우며 고객 편의를 키우려는 데 반해 기존 금융권에서는 혁신금융에 대한 고민 없이 ‘발목 잡기’만 하려다 보니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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